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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조회 수 4379 추천 수 0 2015.07.05 05:18:44

아래 글은 2015. 5. 15. 오전 11:53 해피타오인터내셔널 밴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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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으로 장례식을 잘 마쳤습니다. 직접 오신 분들과 마음을 같이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부조를 해주신 해피타오서울팀과 한바다님, 수냐님, 이은정님, 조도현․윤종하님, 창화․아난도님, 선화님, 햇님미소님, 법안님, 일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간단한 장례식 스케치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을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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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10일 아침 5시 46분. 여동생의 전화가 왔다.

 “오빠, 병원에서 연락 왔는데, 아빠 새벽에 돌아가셨대.”

 “엉, 그래?”

 아버님은 뇌출혈이 있으신 뒤에 1년 8개월을 우리를 알아보시지 못하고 누워지내셨다. 일주일 전에 뵜을 때는 기운이 어둡긴 했으나 빨리 가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전화를 받고 나자 담임 선생님의 본능상 학비 지원 신청서를 전달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담당 선생님께 전화해서 수위실에 서류를 맡겨놓기로 했다.

 기차표는 애매했다. 장모님과 처남댁도 같이 가기로 해서 5명을 스마트 어플로 기차표를 끊으려 하니 인원초과였다. 아내의 아이디어를 따라 환승으로 두 번에 나눠 끊어서 예매에 성공했다. 시간이 좀 있어 간단한 샤워를 하고 출발했다. 내려가면서 동생들과 연락을 취해 예식장을 결정했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12시가 지나서 구미카톨릭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매장이냐 화장이냐 에서 아버님이 어머님이 1995년에 돌아가시기 5년 전부터 산소 자리를 봐놓았고, 어머님이 거기에 묻힌 터라, 어머님 옆에 안치하기로 남매간의 회의로 결정났다.

 영안실에서 입관 준비하기 전에 아버님의 얼굴을 봤다. 사망 시간 2015년 5월 10일 새벽 5시 35분. 얼굴을 만져보니 아직 체온이 남아있었고, 표정이 풀어져 있었다. 잘 가셨구나!

 장례식장을 카톨릭요양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로 잡고, 조문실을 정돈했다. 조문실 환기가 잘 안 되어 향이 3~4개 연달아 필 때면 가슴이 불이 난 듯 연기가 독한 거 빼고는 큰 지장은 없었다. 그래서 시간 나는대로 조문실을 벗어나 밖에서 경행을 하였다. 내가 맏상주로 주로 조문실을 지키고 동생들이 장지를 다녀오는 등의 일을 했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반쯤 식물인간으로 지내신 아버님은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못해 심하게 굽어 있었고, 서서히 펴야 했기 때문에 사망 당일에 입관할 수 없었다.

 오후에 무량심 법우님이 오셔서 아내와 함께 임종이나 장례식 때의 독송을 하였다. 초기불교 경전에서 발췌한 “천신을 청함,” “부처님 찬탄,” “자애경,” “담장 밖 경,” “화살경,” “삼보 칭송,” “축원,” “회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내용이 간결하고 명확했다. 대승 이후 49제 도입 등으로 복잡해지기 전의 석존의 현실 직면에서 나오는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첫날은 학교 상조회 회장님과 총무, 교장 선생님이 다녀가셨고, 해피타오 이은정, 선화, 아난도님이 다녀가셨다. 김해에서 해창 선생님과 가족들, 명정희님이 오셨고 아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잠은 불편한 대로 온돌이 들어오는 바닥에서 그냥 잤다.

 5월 11일 월요일이 되었다. 입관을 하고 손님을 받았다. 오후에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저녁이 되어 교감 선생님과 과학정보부장님과 기획 선생님이 오셨다. 동생들도 각자의 손님을 받기에 바빴다. 나는 주로 조문실에 있다가 손님들과 얘기하다가 새 문상객이 오면 조문실로 달려가는 ‘1분 대기조’ 역할을 했다. 서울에서 12시쯤 당숙님도 오셨다. 오후에 큰 어머니 가족들과 숙부님 가족들도 오셨다. 한바다님도 오셔서 ‘1분 대기조’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5월 12일 새벽 5시에 바닥에서 깨어난 나는 맨바닥에 앉아서 좌선을 해보았다. 내려오는 날은 기차에서 좌선했고, 5월 11일 새벽은 소파위에서 했는데, 맨 바닥에서 해보는 건 오랜 만이었다. 요즘은 하루 1시간은 수행을 하고 가급적 하루 1시간 좌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걷기 명상[경행]은 평소에 걷거나 움직일 때 몸의 촉감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하고, 명상할 긴 시간이 있으면 주로 좌선을 한다. 망상이 자주 일어나 ‘thinking’하고 9~10번 속으로 말하며, 속으로 하는 말이 일어나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자 몸이 투명해졌다. 몸이 비어서 공기처럼 되다가 졸음이 와 ‘sleepy’하고 이름 붙이고나서 눈을 뜨고 ‘seeing’을 한 호흡당 2번 총 네 번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들숨에 배의 부품을 느끼며 ‘rising’하고, 숨이 멈췄을 때 ‘sitting’하며 몸 전체의 앉아있는 촉감을 느끼고, 날숨에 ‘falling’하며 배의 꺼짐을 느끼고, 숨이 멈췄을 때‘touching’하며 왼쪽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 촉감을 느끼고, 들숨에 배의 부품을 느끼며 ‘rising’하고, 숨이 멈췄을 때 ‘sitting’하며 몸 전체의 앉아있는 촉감을 느끼고, 날숨에 ‘falling’하며 배의 꺼짐을 느끼고, 숨이 멈췄을 때 ‘touching’하며 오른쪽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 촉감을 느끼자 몸이 다시 비어지기 시작했다.

 5월 12일 화요일 9시에 발인제를 하였다. 가족들과 함께 장례지도사의 인도에 따라 절차를 마치고, 아버님 관이 실린 영구차와 친지들이 탄 버스로 아버님이 일하셨던 농장으로 갔다. 큰 딸이 영정을 모시고 나머지 사람들이 뒤를 따라서 아버님의 농막 안과 밖을 중심으로 행렬이 이어졌다. 영구차와 버스로 매장지로 갔다.

 매장지로 가는 길은 남화사를 통해서 가게 되어 있었다. 남화사 스님이 허락없이 절 터 내에 빈소를 차렸다고 꾸중하셨고, 우리가 사죄하여서 청소를 깨끗이 하는 조건으로 사용을 허락받았다. 감사의 뜻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화사에서 아버님과 어머님의 연등 달기를 신청하였다.

 매장지는 포크레인 2대와 6명 넘는 사람이 작업하고 있었다. 무너진 축대 쪽을 새로 쌓고 있는 중이었고, 아래쪽에서 보기에 어머님 묘지의 왼쪽 편에 아버님의 자리를 파고 있었다. 시원하게 주변 나무들을 정리하여 양지바른 곳이 되었고, 묘지 위쪽에 양 옆으로 물이 빠지는 골을 파놓아서 배수가 잘 되게 하였다. 축대 한쪽이 무너진 것은, 위에서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이 스며들어 아래쪽 축대 쪽을 물이 찬 흙이 안에서 밀어서 무너진 것이라고, 묘지 조성 책임자가 설명했다. 물이 차지 않고 자연 속으로 잘 흡수되도록 삼색토를 관 안 밖에다 잘 깔았다. “치토” 하며 흙을 내가 먼저 관 위에 뿌렸고, 동생들과 친지들이 뒤를 이어 한 삽씩 떠서 뿌렸다. 개인적으로는 화장을 더 선호하지만, 자연과 최대한 동화되도록 묘지를 조성하는 모습도 좋았다. 어머님 곁에서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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