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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치(貪瞋痴): 번뇌(煩惱)와 무기(無記)

조회 수 3957 추천 수 0 2016.01.03 20:29:24

   관념을 벗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념을 벗어나는 것을 흔히 번뇌를 끊는다고 하는데, 사실 번뇌를 끊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관념을 벗어나도 알아차림은 빨라지지 않고 여전히 멍한 경우가 보통이다. 좌선할 때 생각 정도는 벗어났다고 장담하는 수행자가, 좌선을 마치고 났을 때의 그 얼굴 표정은 여전히 잠이 덜 깬 멍한 상태였다. 번뇌는 끊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무기가 짙게 깔린 것이 그 얼굴에 쓰여 있었다.

   중생의 인식은, 교류 전류가 (+)와 (-)상태를 반복하며 흘러가듯이, 번뇌와 무기를 반복하며 진행된다. 무기는 느리고 멍한 인식 상태를 말한다. 중생의 인식은 흐리멍텅한 무기 상태에 있다가 자신의 관념이 집착하는 욕망(貪)하는 대상이 나타나면—예컨대 자신의 이상형 미인이 나타나면—, (+) 전류가 흐르면서 골똘히 대상을 보고, 대상이 자신이 소망하는 관념에 어긋나면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 저항(瞋)한다 - 동공이 확대되어 미인을 골똘히 보지만 자신에게는 그 사람을 차지할 조건이 없음을 생각한다. 소극적인 저항은 대표적인 예는 슬픔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슬픔은 성냄에 들어간다. 여기서 성냄이란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자기 이미지에 맞지 않는 것에 저항하는 심정을 포괄한다. 슬픔은 소극적인 저항이고, 흔히 분노라고 하는 것은 적극적인 저항이다. 그리고 다시 흐리멍텅하지고 혼침해지며 멍해진다—미인을 차지할 수 없음을 납득하고 체념하자 정신은 힘을 잃고 멍해진다. (-)인 무기(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카메라에 비유를 하자면 번뇌는 초점(焦點)을 딴데로 돌리는 것이며, 무기는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초점이 완전히 맞았을 때를 사띠(sati)라고 한다. 사띠에는 사마타의 사띠가 있고 위빳사나의 사띠가 있다. 사마타의 사띠는 내 견해로는 한 관념에 집중하여 순수 관념으로 몰입되고 감각이 차단되는 것이다.

   위빠사나의 사띠는 관념을 벗어나서 나타나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타나 있는 그대로에 육박하기 위해서는 아주 빠른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대체로 관념이 인식하는 한계 속도는 1초에 10번 정도이다. 2005년 9월28일 고2연합학력평가 영어 25번 문제 지문에 따르면 두뇌 인식의 속도는 400-800 wpm(words per minute=1분당 단어수)이다.

 

25. Our brain is incredibly efficient. Although we talk at a rate of 120 or 150 words a minute, the brain can process 400 to 800 words a minute. This would seem to make listening an easy job, but actually it has the opposite effect. Because we can take in a speaker’s words and still have plenty of spare “brain time,” we are tempted to interrupt our listening by thinking about other things. And thinking about other things is just what we do. In short, _____________ is the main cause of poor listening.

① speaking fast                                    ② strong accent

③ low intelligence                                 ④ not concentrating

⑤ unfamiliar vocabulary

2005년 9월28일 고2연합학력평가 영어 25번 문제 지문

 

즉 두뇌는 1분에 400~800단어를 처리하므로 평균 600단어로 잡을 때, 1초에 10개의 단어를 처리한다. 한 단어는 한 관념에 해당하므로 대체로 두뇌는 1초에 10개의 관념을 형성한다. 따라서 관념으로 우리가 파악하는 속도는 최대 0.1초 정도이다.

   우선은 1초에 한 가지 이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목표다. 걷기 명상에서 발의 움직임을 관념을 형성하지 않고 알아차릴 때, 즉 발의 촉감을 발에서 일어나는 그대로 바로 느낄 때, 관념을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관념을 벗어났다고 해서 알아차림이 바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초점이 여전히 흐리고 멍한 경우가 보통이다. 무기 속에서는 1초에 하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촉감 자체의 빠르기는 상당하다. 다음 자료를 보자.

 

리벳은 적절한 체성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t)이 전기자극을 받는다면 주체는 신체의 반대편에 있는 손에서 통증을 느낀다고 보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체가 (뇌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는 뇌에 0.5초간의 자극이 필요하다; 전기활동 역치 아래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Libet,1967).

그러나 손가락의 피부가 자극받으면 한 번의 약한 자극으로도 의식적 감각을 만든다. ... 피질자극은 감각이 있기전 0.5초의 지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피부자극은 즉각적 반응을 나타낸다.(my Italic)

...여기에 요청된 ‘원인(충분한 뉴런 활동)’이전에 ‘결과(의식적 인식)’의 발생이 있다.

                                            제임스 존스 “신경과학은 인간본성에 관하여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과학사상 93 가을: 169쪽

 

  요컨대 피부 촉감은 두뇌로 연결되는 신경망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촉감은 관념의 속도보다 빠르다. 그러나 촉감 신호가 들어온다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위빠사나 사띠가 있어야 촉감의 생멸을 알아차릴 수 있다.

   걷기 명상에서 발의 움직임을 머리의 관념을 통하지 않고 바로 알아차리는 순간은 드물다. 발의 촉감을 알아차리려는 순간 바로 촉감은 시각적 이미지[관념]으로 번역되어 발의 형상이 움직이는 것으로 관념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수행이 성숙하면 머리의 이미지를 투사하지 않고 발의 촉감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번뇌를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 초점은 곧 흐려진다. 무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계속적인 시도 속에서 어느 순간,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촉감, 발이 앞으로 나아가는 가벼움의 촉감, 발이 바닥에 떨어지는 무거움의 촉감, 발이 바닥에 닿을 때의 차가움/따뜻함/바닥의 부드러움/딱딱함 등의 촉감이, 발의 이미지가 없이 2~3초의 한 걸음 속에서 차례대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 머리로 이미지를 투사하여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발에서 발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림의 빠르기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걸음마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진보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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