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큰 과제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정적인 행동을 멈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두 번째 긍정적 행동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은 전자 보다 3배 이상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과거에 통제와 지시에 익숙한 청소년일수록 전환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모든 변화는 과도기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 두려움, 무력감 같은 영역이 존재한다. 과도한 게임, 게으름 등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자기 미래에 대한 보다 명확한 목표가 생겨야 할 것인데, 이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 때문에 자녀를 시간을 갖고 수용적으로 지켜보기가 참 어렵다. 마치 단기목표에 몰두하는 조직의 리더와 비슷한 상황 같다. 시켜서 하는 것에 대한 한계는 너무도 명확하고 부작용 또한 크다. 외적 보상에 집착하면 보상의 강도가 점점 커져야 하고, 또 어느 정도 약발이 다하면 효과는 떨어진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목표에 의욕을 갖게 하는 데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는 현실적 과제와 단기미래의 결과에 대한 불안에 굴복해 과거의 훈육방식(지시, 통제, 처벌, 외적보상)을 되풀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스텐포드 대학의 캐롤드웩은 고착마인드셋과 성장마인드셋을 고안했다. 성장마인드셋이 강한 아이들은 학습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그래서 도전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두뇌와 상황적응능력이 꾸준히 계발되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삶을 살아간다. 반면 고착마인드셋이 강한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도전을 회피하며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영리한 아이들도 고착마인드셋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고착마인드셋이 강한 아이들은 공부를 할 때, 똑똑하다는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실패체험을 애초에 봉쇄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서 무능감을 느끼기 보다는 쉬운 문제를 풀면서 똑똑하다는 느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공부의 목표가 개인의 실력 향상과 학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 비교에서 나오는 우월감, 외적보상에 좌우되는 고착마인드셋의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학습과 성숙을 이뤄내는데 실패하게 된다. 두뇌보다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부모가 고착마인드셋이 강할 때 자녀도 고착마인드셋이 강해진다. 고착마인드셋이 강한 부모는 자녀를 평가와 비교를 하면서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한 기대와 논리적 설득은 자녀를 꼼짝 못하게 위축시키며 무력하게 만든다. 때때로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와 애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위장하고, 거짓말을 지어낸다. 거짓말이 들키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긴장은 심리적 피로를 누적시킨다. 그것이 공부에 의욕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또한 공부를 하며 타인과 자기를 계속적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모르고 어려운 문제를 직면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진다. 모른다는 사실, 정확한 답을 잘 모르겠다는 현실이 피해의식을 건드리며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키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학원과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하니까 내적인 갈등이 커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다.

코칭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는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자발성을 끌어내기가 어려워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게 된다. 코치나 상담가를 무력하게 만드는 아이들인 것이다.

자기의 문제를 인정하고, 더 나은 삶, 미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동기가 있어야, 도전적 과제들을 성실하게 직면하며 넘어갈 수 있다. 이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코치, 상담가가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의 가슴엔 부모와 성인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불만, 억울함 등이 쌓여있다. 이들에게는 수용적 공감과 연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미래의 도전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심리적 문제 (본인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그럴만한 의식적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 등)를 직면하며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힘이다. 좋은 점 뿐 아니라, 부족하고 취약한 부분 까지 있는 그래도 수용하며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바탕에서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내적 동기가 형성된다. 그 사랑은 부모에 의해 길러지게 된다. 부모의 사랑이 자녀 인성의 바탕이 된다. 공부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

자녀교육에 대해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통한 방식이 내 자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자녀의 특성, 환경, 문화, 부모의 가치관, 성격, 가족역동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대처해 가는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는 함께 성장한다.

지금 우리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녀와 함께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야 할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 미래를 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