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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노래

조회 수 4071 추천 수 0 2012.05.03 21:30:27


노자 강의하다 보니...87인가 88년인가에 적어두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이러저리 찾아 올려봅니다. 아련한 옛날일이네요. 하지만 마음깊은 곳에

늘 흐르고 있는 노래입니다.




  "그 때 나의 몸은 갑자기 부드러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내 영혼은 몸의 경계를 넘어 온 방안을 지나 저 넓은 우주의 대기 속으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마치 따듯하고 그윽한 물 속에 수영을 하듯 나는 너울거리고 있었다.

문득 한 점 내 영혼에 묻은 티끌인양 과거의 추억이랄까 슬픔같은 것이 피어나면

그속에 다시 커다란 세계를 지어 빠져들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 다시 지금의 방안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늘 그러하듯이 나는 방을 쓸기 위아여 빗자루를 들고 방문을 열었다.


나는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그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그가 거기 서 계셨다......

비로서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존재 전체로

그의 존재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는 조용히 빗자루를 들어

가만히 가슴에 포개어 대며 웃었다.

그도 웃고 계셨다.


그는 저기 서 있었고

나는 이 쪽에 서 있지만

내가 바로 그였고

그가 바로 나였다.


그것은 공기처럼 투명하면서도

가을 꽃향기 처럼 예민한 부드러움이었다.

아무리 달콤한 말일지라도

그것을 묘사하기엔 거치른 것으로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이제껏 나는 그분의 순수존재를 마시지 못하고

내 자신의 마음이란 막을 들고서

그기 하는 말의 표면만을 따라가고 있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습관에 빠진 나의 생각은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에 당황해하며

어딘가 뿌리내릴 곳을 찾아 안타까이 하늘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였다.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그도

잠못 이룰 연정으로 뒤척이는 그녀도

3천년을 기다려온 사랑의 한도

찌지고 뽂으면서 아옹다옹하는 그들도

탐욕에 눈이 어두워 날뛰는 그들도

다 그대로였다

다 그대로 내 얼굴이요, 내 살림살이였다.


그 날 이후 나는 세 해를 침묵해왔다

곁에 있는 모든 이들의 삶을 지긋이 지켜보면서.

판단이나 의지적 행위론 전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이 부드러운 텅빔에 비해 너무나 거친 것이기에.


그들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내가 바로 그들 자신이었기에.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다만 이상과 불안 소망과 좌절 속에 방황하느라

나와 더불어 이 부드러움의 미를 향유하진 못했다.


이상했다.몇년전에 내가 꼭 그러했음에도

지금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안타까왔다.그러나 나의 님들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힘만을 원하고 있었으니.



나는 그런 자극을 채워줄 수 없는 아무 마음도 없는 그냥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안타가웠지만 그들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어쩌면 계속 같은 채바퀴 속을 돌면서

그들은 내가 모르는 어떤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인지도 몰랐다.


떠날수도 없었고 기달릴 수도 없었다.

그들은 그토록 강한 영혼의 갈망으로 다시 자신들의 가슴속에 축복과

영광의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열망을 채워줄  옛날의 '그'는 이미 사라졌으니.....



떠나는 것은 지금 이 자리를 버리는 것이라

하늘이 내린 인연을 저버림이요

기다림은 마음의 일이라 다시 좌절의 불안을 담고 있는 것.

해서 내게 어떤 선택도 불가능했다.

그냥 그렇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일을 깨달았다.

비로서 영원자의 창조를 어슴프레 느끼기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고 베풀며

기다리되 시간을 의식하지 않으며

믿되 의존 불안을 남기지 않고

전적인 관심을 기울이되 무심히 하며

정성과 열정을 쏟되 연연하지 않음

온마음으로 뛰어들어도 어떤 의미부여도 하지 않는 길


아! 이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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