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기숙사에 있는 딸아이 유라가 왔다.
월요일 군대를 가는 초,중 동창녀석에게
저녁밥이랑 술을 사야겠다며 용돈을 달랜다.
저녁식사 약속을 했다며 7시가 넘도록 저녁도 안먹고
전화를 기다리는데 약속이 늦어지는지 컴 앞에 앉아 있는
유라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방에서 책을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진다.
8시가 넘고 9시가 지나자 서로의 심란함을 달랠심산으로
저녁을 먹고 기다리자고 권했지만 괜찮다며
유라는 아예 방에 가 눕는다.
유라는 잠이 들고 ..책장을 덮었다 폈다..
짜증과 심란함은 내 마음에서 출렁였다.
10시30분쯤 카톡을 받고 현관 문을 나서는 유라에게
우리딸 참 훌륭하네~짜증도 안내고..하자
우산을 챙기던 유라가 고개를 돌리면서
내가 훌륭한 것이 아니고 그건 엄마가 나쁜거야!!
아이의 조용한 한마디가 번개처럼 흔들어 깨운다.
30년 전 전 남편인 아이 아빠와
천안역 시계탑에서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그날도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시계탑 주변을 서성이다가
11시가 넘어도 오지않자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 온 적이 있었다.
내려온 후 아이아빠를 만났는데
서울서 내려오는 길이 막혀서
1시 천안역에 도착 4시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순간 세상이 잠시 정지되고
그 정지된 순간의 빛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시간을 멈추게 한 그 아름다움이
일상의 생활에서 점점 벽으로 느껴지다가
숨이 막힐 무렵 우리는 헤어졌다.
강물같은 시간은 흐르고
딸아이는 자라서 대학 2년생이 되었다.
한결같은 심성은 아빠를 닮았는지
친구들이든, 동네 한의원 원장님이든, 길 고양이든
누구를 대하나 한결같이 마음결이 곱다.
가끔 상처받을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내마음을
유라는 묵묵한 시선으로 언제나 그냥 지나간다.
남자친구 안 사귀냐고 물으면
"엄마 사귈만한 사람이 없어..
가끔 맘에 들기도 하지만 오래할 만 한 사람은 아직 못 봤어.."
친구들의 하소연을 짜증도 안내고
날이 새도록 들어 주고 있는 걸 볼 때 마다
옆 방에서 가슴이 일렁인다.
30분이상 기다리지 않고 반복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그런 나의 성향의 배후에는
손해보지 않고 대접받고자 하는
나의 태도를 알아 차린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으로 부터 무시받지 않으려는
즉 자아 존중감의 중심이 밖에 있었다.
유라는 누군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겨도
상처를 받지 않거나 상한 마음에 머물지 않았다.
아예 약속을 하지 않거나 한번 약속하면
자신의 조건과 상관없이 지키는 태도가 점점 눈에 띈다.
무,조,건..
조건없음..
언제 어디서나 조건없음의 태도는 울림이었다.
사부님과 단 한 순간의 만남이
우주의 먼지처럼 떠도는 영혼을
빛으로 깨어나게 한 것도 지금 돌아 보면
조건없는 사랑의 원형이었다.
긴 시간을 돌아
삶이 지루하고 무의미한 이유를 하나씩 밝히면서
어제밤 유라의 한마디는
섬광처럼 잠들어 있던 나를 흔들어 깨웠다.
세션을 하고,
시간이 정지되는 순간들을 더하면서
나도 모르게 초월적인 상태에 집착하게 되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일상의 자각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가까운 관계에서 겪고있는 고를 탐색하면서
그간의 공부의 행적을 정리 해보느라
감정의 연금술과, 이마고 부부관계치료서를 놓고
집중하는데 갱년기과정 의 어려움 속에서도
무얼 놓혔는지 알아차릴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초월적인 상태는 말 그대로
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차원은 아니었다.
그럼 흔들리는 내 마음의 세계에서
자유와 평화,
사랑이나 행복은 어떻게 만날것인가?
,
,
두 권의 책
감정의 연금술과 이마고 부부관게 치료서를 탐독하면서
놀랍게도 사부님이 일상적으로 우리를 대하시는 태도와
대화법에서 모두 만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진리를 만나고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내 마음이 없는 상태를 먼저 체험하게 하시고
다시 내 마음속에서 마음이 없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통찰하게 하는 스승의 가르침...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스승에게 받은 조건없는 사랑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돌아 보면서
.....().....
모든 성장에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아무 조건없는 사랑이어야 함을
일깨우는 아침입니다. 고맙습니다.^^
예인님의 사랑이 더 높이 비상하시기를 기원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