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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독재와 촉감의 회복

조회 수 523 추천 수 0 2016.01.02 10:09:07

   시각적(視覺的) 이미지가 관념적 파악을 주도한다 - 윌리엄 워즈워쓰는 이를 시각의 독재라고 불렀다. 그래서 오감 중 시각을 제외한 영역까지 시각적 이미지로 번역하여 파악하게 된다. 예컨대 경행[걷기 명상]을 할 때, 발의 모양을 시각적 이미지로 파악하여 ‘왼발,’ ‘오른발’하고 있음을 초보자도 쉽게 알아차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각적 이미지의 독재는 보다 끈질기다. 사실은 공간 관념도 시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발의 모양이 사라지고 발의 촉감에 보다 밀착했다고 하는 순간에도, 발의 촉감이 윤곽선 없는 막연한 흐름으로 파악되는 것은, 아직 시각화[시각적 이미지化]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발의 촉감을 어떤 공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조차도 아직 시각적 이미지로 촉감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촉감 그 자체는 시각(視覺)과 전혀 다르고 별개의 것이다. 움직임의 촉감을 관찰할 때 이 촉감은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 거의 동시라고 함은, 움직임과 움직임의 촉감 사이에는 아비담마적인 견해로는 17찰나 이상의 시간차(時間差)가 있기 때문이지만, 우리가 보통 느끼기에는 동시라고 볼 수 있겠다. 걷기 명상에서 다리나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때, 움직임과 동시에 일어나는 최초의 촉감에 밀착해야 한다. 발의 촉감을 놓치는 순간 바로 촉감의 시각화가 진행되어 촉감이 마치 물처럼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발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발의 촉감을 알아차리는 것은 생각을 멈추게 하고, 몸의 모양이 사라지게 한다. 몸을 모양으로 관념적으로 파악하려는 성향은 아주 끈질겨서, 촉감을 촉감 그자체로 바로 알아차리는 것을 놓치는 순간 바로 몸의 모양과 윤곽선을 그려내어 그대의 인식(認識)을 관념의 지도 안으로 빠뜨릴 것이다. 0.1초 안에 일어나는 이 시각화/관념화는 중생의 모든 인식(認識)에서 일어난다.

   사실은 발의 촉감 자체를 느끼는 게 현대 한국인에게는 어려운 일이거나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현대인은 과도하게 스마트폰 적인 이미지와 채팅 언어에 몰입되어 있어 머릿속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에서 멀수록 촉감을 시각적으로 느끼는 것조차 힘들다. 가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인은 드물며, 배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현대인은 극소수며, 엉덩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현대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한국 현대인은 복식호흡을 하지 못한다. 대부분 머리에 가까운 흉식 호흡을 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영적인 퇴화다.

   그래서 발보다 팔의 움직임을 보고 이해하는 게 좀 더 빠를 것이다. 자기의 팔을 보면서 팔을 움직여 보라. 팔의 윤곽선이 눈에 보이는 채로, 팔이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 다음에 눈을 감고서 팔을 움직이며 팔의 움직임을 느껴보려고 해보라. 팔의 움직임의 촉감을 촉감이 일어나는 바로 그 곳에서 느껴야 되지만, 사실은 팔의 시각적 이미지가 눈을 감고 있는데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촉감의 시각적 이미지화(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서, 팔의 움직임의 모양이 아니라 팔의 움직임의 촉감을, 팔의 움직임과 동시에 팔의 촉감이 일어나는 바로 그 곳에서, 느끼려고 해보라. 팔의 움직임의 촉감을 팔의 움직임과 동시에 팔이 있는 곳에서 바로 알아차리는 때가 있다면, 그때 그대는 모양과 관념이 사라진 있는 그대로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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