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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의 한 방법

조회 수 685 추천 수 0 2016.01.16 07:37:12

  자고 난 뒤는 맑은 물과 같다. 생각이 줄고 느려져 감각이 바로 느껴진다. 명칭을 붙이지 않고 걸어본다. 바닥에서 왼발이 떨어지는 촉감, 왼발이 앞으로 나아갈 때의 가벼움, 왼발이 바닥으로 내려갈 때의 무거움, 왼발이 바닥에 닿은 촉감, 오른발의 들려 함—이를 ‘떨어짐-가벼움-무거움-닿음’이라고 줄여서 말해본다. 아직 그리 선명하지는 않다.

  발이 땅에서 떨어질 때의 촉감을 느끼며 ‘up,’ 발이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촉감을 느끼며 ‘forward,’ 발이 무겁게 바닥으로 내려가는 촉감을 느끼며 ‘down’을 마음 속으로 붙인다—‘down’이라고 붙인 뒤에는 발이 바닥에 닿는 촉감도 느낀다. 이렇게 촉감을 느끼며 이름 붙임을 up-forward-down이라고 해보자—우리말로 이름붙일 사람은 듬-감-놓음이라고 해도 되겠다. 천천히 한다. 이름 붙임보다 촉감이 먼저다. 촉감을 느낀 뒤에 이름 붙인다. 촉감을 느끼고 촉감의 17찰나 이후에 이름을 붙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동시로 느껴진다. 이름 붙임이 앞서면 관념이 앞서는 것이므로 관념의 독재가 일어나 감각이 가려진다. ‘up,’ ‘forward,’ ‘down’으로 1바퀴 걸어본다. 잘 되면 다리나 발의 떨어짐-가벼움-무거움-닿음이 up-forward-down의 구간별로 선명하게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과 촉감을 구별하라. 눈에 언뜻 보이는 발의 모양과 발의 촉감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관념은 발의 모양과 발의 촉감을 합쳐서 ‘발’로 인식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관념이 그려낸 지도일 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는 실제 풍경이 아니다. 망상에 찌든 허황된 지도는 1%도 풍경과 일치하지 않는다. 잘 된 지도는 99%이상 풍경과 일치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지도가 풍경과 100% 일치하더라도 지도는 지도일 뿐 실제 풍경은 아니다. 관념으로 파악한 것은 지도와 같다.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관념[빤냣띠]은 관념일 뿐 실제로 있는 것[빠라맛타]이 아니다. 오감이 각각 따로 있음, 시각과 촉감이 서로 만난 적이 없음, 이것이 실제다. 컹컹 짖는 저 소리를 ‘짖고 있는 개의 모습’으로 머리가 인식하더라도 그건 실제로 있는 것에 대한 관념의 지도일 뿐 실제는 아니다. 사람이 개 짖는 소리를 성대묘사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실제로 개가 짖고 있더라도 소리는 소리일 뿐이고, 개의 모양으로 시각적 이미지화시켜서 파악하는 것은 관념의 지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컹컹 하는 소리로 파악할지라도 ‘컹컹’이라는 속으로 하는 말[관념]로 번역한 것일 뿐 소리 그 자체는 아니다. 실제로 소리가 귀나 몸에 닿는 느낌은 ‘컹컹’이라는 소리의 관념과는 전혀 다르다. 중생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소리도 자신이 속으로 하는 말로 번역해서 파악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소리는, 실제로 저 사람이 말하고 있는 소리가 아니라, 내 머리가 속으로 하는 말로 번역한 상대방의 말이며, 결국 내 말이다. 99% 이상 관념적으로 일치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30%도 일치하지 못하며, 100% 일치하더라도 상대방이 실제로 내고 있는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감각되고 있는 것을 내 관념과 생각으로 번역하여 그 관념과 생각이 실제로 감각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것, 이것이 모든 오해와 불통의 근원이다.

  발의 떨어지는 촉감을 느끼고 ‘up’하고 마음 속으로 이름 붙이며 발이 앞으로 나가는 가벼움도 느낀다. 발이 내려가는 무거움의 촉감을 느끼고 ‘down’이라고 마음 속으로 이름 붙이며 발이 바닥에 닿는 촉감도 느껴본다. 이를 up-down이라고 불러보자—우리말로 이름붙일 사람은 듬-놓음이라고 해도 되겠다.

  왼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마자 그 떨어지는 촉감을 느끼고 마치 발목에 박는 못처럼 짧고 예리하게 한 음절로 ‘left,’라고 이름 붙이며 가벼움-무거움-닿음을 이어서 느낀다. 왼발이 바닥에 닿을 때쯤 오른발은 땅에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왼발이 바닥에 닿아 그 바닥의 촉감이 딱딱한지 부드러운지를 느끼거나 차가운지 미지근한지 뜨거운지 등을 느낀다—이 중에 어느 것이든 그 때 두드러진 것 하나를 느끼면 된다. 왼발이 바닥에 닿는 촉감을 느끼자마자 이미 뒤꿈치가 일어나 있는 오른발의 촉감을 느끼며 오른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촉감을 맞을 준비를 한다. 오른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마자 그 떨어지는 촉감을 느끼고 마치 발목에 박는 못처럼 짧고 예리하게 한 음절로 ‘right,’라고 이름 붙이며 가벼움-무거움-닿음을 이어서 느낀다. 이를 left-right라고 해보자. 우리말로 이름붙일 사람은 왼발-오른발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름을 붙이지 않고 걸어본다. up-forward-down 한 바퀴, up-down 한 바퀴, left-right 한 바퀴를 거친 뒤라서 떨어짐-가벼움-무거움-닿음은 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 촉감의 관념 속에, 촉감의 관념 바로 밑에 실제 촉감이 있다—‘속’이나 ‘밑’이란 말도 상당히 관념적일 수 있지만, 알아차리며 걸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비유가 가리키는 어떤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이나 관념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상대방이 경험했던 것뿐이지만, 말이나 관념을 통한 표현은 상대방이 이미 체험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발의 모양[시각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음을 알아차리자마자 발의 모양 속에 있는 실제 촉감에 초점을 맞춰 밀착한다. 발의 시각적 이미지와 모양이 사라지고 촉감 그 자체만 남는 순간 발은 공기처럼 되다가 사라지고, 허공에 새가 지나가듯이 자취 없는 그때그때 촉감의 선명함만 명멸한다.

다시 이 네 가지[up-forward-down, up-down, left-light, 이름 안 붙임] 중에 가장 잘된 것을 한 바퀴 더 해본다.

   그리고 up-forward-down, up-down, left-light 중에서 평소에 주로 하던 것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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