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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도종환..

조회 수 10788 추천 수 0 2008.08.11 21:23:16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 날 몇 밤을
붉은 나뭇잎과 함께 새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무리 기러기떼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마리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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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폐마예인

August 11, 2008
*.156.222.109

시원한 바람결에 잠시 누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창가에 걸린 갈대발은 미동도 없고...
마음에 시라도 걸어놓고 혼자 흔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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