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Controler Right Corner
Promotion Bottom Right Corner
5,117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 유서

수정 삭제 조회 수 1764 추천 수 0 2003.10.18 16:14:03
서동수 *.99.73.32
이런글 올라오는걸 좀 유쾌히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신걸 알지만 요즘 언론이나

정,재계의 사람들의 여론 몰이에 의해 우리나라 노동 현실과 노조에 대한 다른

이해가 있기에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고자 올려봅니다. 언짢으신 분들 있더라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서

오랜만에 맑고 구름 없는 밤이구나.

내일 모래가 추석이라고 달은 벌써 만월이 다 되어 가는데 내가 85호기 크레인 위로 올라온 지 벌써 90여일.
조합원 동지들의 전면파업이 50일이 되었건만 회사는 교섭 한번 하지 않고 있다. 아예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조합에 협조적인 조합원의 씨를 말리려고 작심을 한 모양이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썪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1년 당기 순이익의 1.5배, 2.5배를 주주들에게 배상하는 경영진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경영진들. 그토록 어렵다는 회사의 회장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거액의 연봉에다 50억 원 정도의 배상금까지 챙겨가고 또 1년에 3천5백억원의 부채까지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에서 강요하는 임금동결을 어느 노동조합,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이겠는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1년, 그런데 한 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팔십 몇 만원. 근속 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리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경영진들은 지금 자신들이 빼어든 칼에 묻힐 피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 당신들이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제물로 바치겠다. 하지만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고발로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서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이번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모든 동지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 40년의 인생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뿐,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무엇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해어지게 되어서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아이들에게 휠리스 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준엽야, 혜민아, 준하야.
아빠가 마지막으로 불러보고 적어보는 이름이구나.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 바란다.

그리고 여보,
결혼한 지 십 년이 넘어서야 불러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호칭이 되었네. 그 동안 시킨 고생이 모자라서 더 큰 고생을 남기고 가게 되어서 미안해. 하지만 당신은 강한 데가 있는 사람이라서 잘해주리라 믿어. 그래서 조금은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애.

이제 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먼저 가신 부모님과 막내누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럼 모두 안녕.

2003년 9월 9일

김주익
List of Articles
sort
317 뭘까.. 심혜원 2002-09-07 1780
316 감사합니다. [15] [레벨:7]예인 2007-06-13 1780
315 Re..감사합니다.. 유우형 2006-09-11 1779
314 Re..파스칼이.. 심혜원 2002-11-26 1778
313 <명상시대>를 만나다. [3] [레벨:0]하늘수박 2007-05-23 1777
312 [펌] 공짜음악은 없다. 서동수 2003-12-14 1777
311 빛으로 향하세요 사랑의 빛 2002-11-09 1776
310 [공지] 6월 첫번째 광주정기모임 갖습니다. [1] [레벨:1]원무 2007-05-31 1776
309 토요모임 안내 유우형 2007-01-11 1776
308 님의 빛으로 성 덕 2004-11-01 1776
307 휴머니즘을 위하여 정천우 2002-10-21 1775
306 도반님들!^^ 심혜원 2003-01-29 1774
305 반갑습니다. 안홍경 2002-08-07 1774
304 제자리로 돌아온거 같습니다. 윤종하 2004-11-19 1773
303 아침의 명상편지<신과의 인터뷰>Tue [3] [레벨:1]레인보우 2008-02-05 1772
302 두려움 놓기 유영주 2006-09-14 1771
301 [공지] 2004년 해피타오 여름 세션 안내 강병석 2004-07-08 1771
300 3천년의 약속을 읽고 임관택 2005-11-24 1770
299 종법님! [2] [레벨:7]예인 2007-05-24 1767
298 Re..오랫만에 ... 방문을 엽니다. 유우형 2006-07-25 1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