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맑고 푸르른 날씨 덕에
그저 있는 것 만으로
깊고 고요합니다.
집앞 광주천변 풀밭에 앉아
소리없이 반짝이며 흐르는 물비늘과
서걱이며 흔들리는 마른 풀내음..
도시 한가운데 있는 천이라
첩첩이 도시의 소음이 외에는 아니지만
아주 먼 듯한
가벼운 마음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한 가느다란 소리를 따라
스며 듭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덮고,
귀를 내려놓고
그저 빈 마음으로 엎드려 있었습니다.
처음엔 한줄의 허공같은 소리가
화음을 이루워 들리더니
하나,둘 높고 낮은 화음들이
오케스트라를 이루워
가을 하늘 아래 장엄하게 울리고 있었습니다.
아득히 먼
그 시원같은 느낌은
발 아래 마른 잔디밭에서 울리고 있었습니다.
눈을 닫고,
귀를 닫아도,
가슴으로 스미는 풀벌레소리..
단풍드는 날 *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님을 좋아하는 폐마예인님의 시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