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Controler Right Corner
Promotion Bottom Right Corner
509

영원의 배를 타기에 앞서

조회 수 3628 추천 수 0 2013.10.24 12:13:41

<예언자>

 

이 번역본을 영원으로 돌아간 법현 강병석과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선택받은 자, 사랑받는 이, 자기 시대의 여명이었던 알무스타파 ! 그가 오르팔레즈 시에서

열두 해 동안 기다렸던 것은 자신을 고향으로 태워다줄 배 한척이었다.

 

이윽고 스무 해 지난, 수확의 달 일레올의 초이레 날, 시의 성벽 밖 언덕으로 올라간 그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보았다. 안개에 휩싸인 채 다가오는 자신의 배를.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자 기쁨이 바다 저 멀리로 날아갔다. 그는 두 눈을 감고 고요한 영혼으로 기도했다.

 

그러나 언덕을 내려갔을 때져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가슴속에서 생각들이 두런거렸다:

어찌 슬픔 없이 평화롭게 떠날 수 있을까? 아니, 결코 나는 영혼의 상처 없이

이 도시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길었다, 이 성벽 안에서 보낸 고통의 날들. 또한 길었던 고독의 날들.

이 고통과 이 외로움을 누군들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으랴?

 

너무나 많은 영혼의 조각들을 난 이 도시에 뿌려왔다. 너무나 많은 내 열망의 자식들이 알몸으로 이 언덕들 사이로 걸었었다. 난 정말 부담이나, 아픔 없이 이들을 떠날 수 없다.

오늘 내가 던져버리는 것은 한갓 옷이 아니다. 그것은 내 손으로 찢는 살갗이다.

내가 뒤로 남기고 떠나는 것은 하나의 생각이 아니다.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달콤하게 만든

가슴(heart)이다.

 

 

하지만 나는 더 오래 머뭇거릴 수 없다.

모든 것들을 자기에게로 부르는 이 바다가 나를 부른다. 나는 배를 타야만 한다.

더 머무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밤을 지필지라도 결국엔 차갑게 얼고 굳어 하나의 틀 속에 묶여버리는 것이기에.

 

기꺼이 여기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갈수만 있다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준 혀와 입을 목소리는 함께 데려갈 수 없다. 오직 홀로 하늘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

그리고 홀로 둥지도 없이 이 독수리는 태양 저편으로 날아가야만 하리.

 

 

  All Right Reserved.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509 * 초심자들을 위하여.. 한바다 2001-12-26 11361
508 * 오직 자비만이 자유이다. 2001-12-26 9907
507 * 행복은 작은 것에 있다. 한바다 2001-12-26 9042
506 * 새해에 드리는 글 한바다 2001-12-31 10082
505 * 새해인사 한바다 2002-02-14 8714
504 * 사랑을 가르쳐준 새빛넝쿨 한바다 2002-03-28 8677
503 * 새 지혜의 메시지 한바다 2002-03-28 8946
502 * "출판 기념회" 한바다 선생님 메세지 녹취록 한바다 2002-03-29 8549
501 * 큰 마음으로 민족과 인류공동체를 껴안자 한바다 2002-04-02 7782
500 * 상도가 남긴 빛 한바다 2002-04-03 7843
499 * 문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한바다 2002-04-06 7169
498 * 일을 통해서 당신의 생명은 빛난다 한바다 2002-04-08 7350
497 * 왜 호남문화는 소중한가? 한바다 2002-04-10 7472
496 * 문화상품의 시대-가마솥밥 체험 한바다 2002-04-11 5571
495 * 빛고을이라는 이름의 감동 한바다 2002-04-12 7277
494 * 자연의 품안에서 한바다 2002-05-10 5062
493 * 집으로를 통해서 본 새 문화의 트랜드 한바다 2002-05-18 4813
492 * 자각의 불꽃 2002-05-23 5929
491 * 나를 자각한다는 것의 소중함 한바다 2002-05-25 6682
490 * 축구를 통해본 지구적 삶의 모습 한바다 2002-06-06 6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