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 토요명상모임에서 사부님이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고도로 순결한 존재로서 사랑의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셨다고.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그런 존재들이 있었다고.
학생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바친 이들...
그들은 예수와 같은 존재, 순결한 사랑의 존재들이라고 한다.
죽음의 공포에 마주쳤을 때 자기가 살고자 하는 본능을 이겨내고 사랑을 실천한 존재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게...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하셨다.
법문이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사부님께 내 이야기를 했다.
요새 열심히 살을 빼고 있었는데...
한 3일 정도 감기몸살을 크게 앓았다.
그 때 무의식에서 '아플 땐 먹어야 살지 안 먹으면 죽는다'라는 생각이 몰려와서
정신을 잃고 닥치는 대로 먹었다. 감기에서 회복되고 나니 정신이 들더라.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무의식이 올라오면 그런거다. 그러니 어떻게 우리가 선장을 욕만 할 수 있겠나..."
갑자기 그 동안 선장 욕, 정부 욕만 해 대던 내가 머쓱해졌다.
밥을 다 먹을 때쯤 다시금 마음 속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치솟았다.
"노인편향적 대통령, 정년은 연장하고 부동산값은 올리려하고...
젊은사람들은 죽어 가네요. 세월호도 그렇고..."
사부님은 식사를 마치시자마자 조용히 나가셨다.
아, 나는 또 외부에 대고 욕만 해대고 있었구나.
집에 와서 세월호 사건으로 덩달아 분노하던 큰아들과 대화했다.
"아들아.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데
[1] 그 분들이 높은 위치에만 있고, 우리 주변에는 그냥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거랑
[2] 높은 사람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여러 훌륭한 분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거랑
뭐가 더 좋겠니?"
2번이 더 좋댄다. 나도 그렇더라.
그래서 얘기했다.
"세월호에서 자기 목숨 바쳐서 학생들 구한 영웅이 다섯명이나 되는 거 알지?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단다
비록 높은 자리에 있진 않아도 오히려 우리 주변에 살고 있더라.
어른들 욕만 하지 말고 우리 고마워하자..."
나는 그런 훌륭한 사람들처럼 목숨 바쳐 남을 구할 생각이 별로 없다.
또한 내 아들들이 그런 삶을 살지 않기를 은근히 바란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분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이 계시는구나 싶다.
세월호 사건 이후 열흘이 넘도록 여기저기 욕만 해대고 있었는데...
순결한 사랑의 사람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다 보니
마음이 좀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미안하다. 학생들. 잘 가거라.
고맙습니다. 박지영님, 정차웅님, 남윤철샘, 최혜정샘, 양대홍님.
고맙습니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