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다음에는 소유가 온다. 영어에서 소유를 나타내는 동사들이 have와 take, get 동사가 있었다. 라틴어에서 소유를 나타내는 동사는 ‘capere’이다. '까페레’는 우리말로 ‘꽉’, '잡다’ 등의 어감과도 통하는 말이다. 영어 어휘로 쓰일 때 까페레는 그대로 쓰이지 않고 홍길동처럼 변신을 한다. capere에서 동사원형을 나타내는 어미 ere를 빼면 어간 cap이 남는다. 이 cap가 영어 단어의 근본 어근으로 작용하여 수많은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cap+able ‘잡을 수 있는 → 할 수 있는 → 능력이 있는 → 유능한’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이것을 다시 변형시켜서 capability ‘능력, 수완’, capableness ‘유능함’, capably ‘유능하게’, 동사는 capacitate가 된다. '∼에게 할 수 있게 하다’. 여기서 형용사는 capacious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다시 명사형으로 capacity ‘수용력’, capacitor ‘축전기’.
‘cap’에서 c의 발음이 실제로는 k로 난다. capias ‘체포영장’, capsule ‘캡슐’ 또는 ‘요약’, caption ‘ 제목’, captious ‘따지기 좋아하는’, captivate ‘사로잡다’.
c의 발음은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바뀌는데 a, o, u 앞에서는 강형인 k 발음으로 e, l 앞에 서 약형으로 s로 바뀐다. 따라서 강형 cap가 약형이 될 때 표기가 ‘cip, ceive, cept’ 등 세 가지로 표현된다. cept는 원래 라틴어 동사의 과거분사 captum, ceptum에서 어미 um이 탈락된 형태이다.
ceive형은 동사로 쓰인다. con+ceive=conceive ‘함께 갖다, 함께 잡다’→‘생각을 갖다, 착상하다, 상상하다, 아이를 배다’. 이 단어를 기초로 해서 조금씩 어형을 변화시키거나 어미를 덧붙여 계속적으로 무궁무진한 어휘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conceive+able=conceivable ‘상상할 수 있는’, con+cept(capere의 과거분사형)=‘개념’, concept+ion(명사형)=‘개념 작용’, conception+al(형용사형 어미)=‘ 개념의’, concept+ive(형용사형 어미, -적인)=‘개념적인’, conceptual+ ism(주의)=‘ 개념론’, conceptual+ist(사람)=‘ 개념론자’, conceptual+ly(부사형)=‘개념적으로’, conceptual+ize(동사화, 만들다)=‘ 개념화하다’.
단어를 일일이 외우지 않더라도 이러한 이치를 알면 책을 읽어가면서 대충의 뜻을 짐작하고 문맥으로 정확한 어감을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conception은 태아를 잉태하는 것이기 때문에 contraception= contra(반대하는)+ception=‘피임’이 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속이다’가 deceive가 되는 것은 ‘de(밑으로)+ceive(가져가다)’, 즉 무언가를 아래로 깔고 진의를 감추는 데서 비롯된다. deceive에서deceit '사기’, deceitful ‘기만적인’, deceivable ‘기만할 수 있는’, 이외에도 perceive ‘이해하다’, receive ‘받다’ 등이 있다.
글: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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