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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 a와 제로의 창조력

조회 수 13526 추천 수 0 2014.03.28 13:41:40

영어 음식 표현에서 재미있는 것은 살아 있을 때의 동물 이름 외에 음식이 되었을 때 이름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돼지는 a pig 또는 the pig인데 식탁에 오르면 관사없이 pork이다. 목축이 발달한 영국에서 소는 또한 더 다양한 표현이 있다. 거세한 숫소는 an ox, 거세하지 않은 황소는 a bull, 암소는 a cow, 송아지는 a calf인데 소고기는 관사 없는 beef이다. 양도 마찬가지로 a sheep은 양 한 마리이고 암양은 a ewe[ju:] 숫양은 a ram, 새끼양은 a lamb이다. a sheep의 복수는 특이하게도 sheep이다. 그리고 양또한 식탁에 오르면 mutton으로 돌변한다. 왜 살았을 때 이름과 음식일 때의 이름이 다를까?

 

이것은 영국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 영국은 고대에 영어와는 다른 언어를 쓰는 켈트족(Celtic)이 살았었다. 그러나 나라의 혼란기에 분쟁의 해결을 위해 그들은 덴마크 근처의 앵글족과 색슨족을 용병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영국으로 들어와서는 외적을 물리쳤지만 다시 주인인 켈트족을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지로 몰아내고 영국의 주인으로 행세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라 이름이 앵글족들의 나라라고 해서 ENGLAND가 되었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독일말과 거의 흡사했다. 이것이 고대 영어이다.

 

역사는 다시 바뀌게 된다. 1066년 영국 왕이 자식 없이 죽었다. 지금의 프랑스 노르망디에 불어를 쓰는 노르망디 공 윌리엄이 불어를 쓰는 부하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건너와 비어 있던 영국의 왕 자리를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지배층이 쓰던 불어 표현이나 단어 문법들이 피지배층이 쓰던 독일계 언어로 흘러 들어갔고 그것이 점차 자체적으로 변화하여 현재 영어가 되었다. have, put, be, mother, understand, buy 등 일상적 용어나 쉬운 표현들은 아직도 독일계가 주류지만 education, study, university, culture, 학술 문화적인 표현은 거의가 불어나 라틴어 어원이 주류가 된 것도 이와 같은 연유에서 생긴 것이다.

 

소나 양이나 돼지는 영국 농부들이 기를 때는 자신들의 토속어인 영어로 불리지만 먹는 사람들은 지배자인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는 동물들을 불어로 발음했다. beef, mutton, pork는 고대 불어였던 것이다. 고대 불어를 이어받은 현재 불어는 소를 BOEF MOUTON, 돼지를 PORCHE라고 부른다. 그것을 들은 영국 농부들도 음식 이름은 따로 불러 지금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닭고기는 그리 귀한 음식이 아니었던지 살아 있는 병아리 a chicken, 음식은 관사 없이 chicken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 관사가 있고 없고가 이리 중요한 것이 영어이다. 부정관사 a(n)의 메시지는 명사에 경계를 매기는 것이다. 관사가 있으면 경계가 생겨서 물건 또는 물체이다. 관사가 없으면 물체의 경계가 사라져 물질화되고 본질이나 기능을 가리킬 수 있다. an octopus가 한 마리의 문어를 가리키고 octopus가 사람 입장에서 음식이 되듯 a skunk는 스컹크 한 마리인데 full of skunk는 ‘악취 나는 스컹크 냄새로 가득 찬’이란 뜻이 된다. 그래서 “You will get a lot of car for your money.”는 ‘당신의 돈으로 많은 차를 얻게 된다’가 아니라 ‘당신의 돈으로 많은 안락함(자동차를 타는)을 얻게 된다’라는 뜻을 갖는다. 차의 본질은 편안함이다. “We did Shakespeare today.” ‘우리는 오늘 셰익스피어를 읽었다’는 뜻. 좀 헷갈리지만 이것이 관사와 무관사의 묘미요, 영어의 창조력이고 할 것이다.

 

글: 한바다(명상 영어 전문가)


tantricz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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