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을 끝으로 일주일간의 세션을 마쳤습니다. 한바다님을 알고 그의 가르침을 배우게 된 것은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여태껏 세션에 참여하지 못해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의 연속으로 인해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법신님(지공님의 새 법명)을 비롯한 여러 도반님들의 권유로 불현듯 참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감정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느낌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일주일 넘게 집을 비운다는 것 때문에 혼자서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부처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농담 섞인 발언으로 서로 웃어 보기도 했습니다.
집사람은 불교단체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었습니다. 달라마 라마를 친견해 그의 품에 안겨 보기도 했고, 작은 불상을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거사를 들었기에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아내의 바람대로 그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인도에 보내줄 생각입니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겠습니다.
아무튼 모든 스토리를 뒤로 하고 한바다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세션에 참여한 인원은 한바다님, 수냐님, 아난도님, 저 이렇게 4명입니다.
수냐님의 차로 이동하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운행 중 잠시 쉬고자 할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는 식사 메뉴로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밥맛이 좋을 것 같아 공기밥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더니 아줌마가 1,000원 더 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리를 뜨지 않고 3초 정도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측은했는지 아줌마가 밥을 수북이 얹어 한 그릇을 그냥 주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지리산에 도착해서부터 지리산을 떠날 때까지 여러 가지 체험이 있었는데, 혼자만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세션이 며칠 째로 접어들자 미타님, 법인님, 성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미타님을 뵈니 반가웠고, 법인님과 성원님은 처음 뵈어 반가웠습니다. 인사도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수련에 임해 pair work activity에서는 법인님과 짝을 이루었는데 상황에 몰입하자 점점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법인님에게서 나를 본 순간, 나는 이제껏 가본 적이 없는 내면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결연한 마음으로 계속 상황을 직시하며 나아갔습니다.
이번에는 몸을 돌려 앉아 수냐님을 대면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바다님의 안내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수냐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니, 나는 어느 새 꿈 많은 나비가 되어 있었고, 저 멀리 아틀란티스의 순수한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바다님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눈에 눈물이 젖어 있었습니다. 눈물에 젖은 그의 눈을 보니 아름다웠습니다. 진리가 그의 기타 연주를 타고 장엄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의 노래소리를 통해 진리가 포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내 안을 들여다보니까 내 가슴 속에서도 똑같이 진리가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신의 사랑이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그 살아 숨쉬던 진리의 현장이 아직도 제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한편 지리산에 방문하기로 약속하셨던 순명님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셨는지 우리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청주에 들렀다 갈 것을 권하셨습니다. 지리산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청주에 있는 동안 맛있는 식사와 함께 호텔 특실방까지 잡아주셔서 모두들 너무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호텔방 안에서도 마음공부는 계속 되었는데 한바다님의 활구(活句)가 화살이 되어 날아오는 가운데 나의 자각은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그 자각의 힘을 계속 키워나갈 것입니다. 내 안에 거하는 위대한 힘을 충분히 신뢰하며 용기 있게 행군할 것입니다.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모두 제 의식 속에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필요할 때에는 재생을 시켜보려 합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바쁜 나날이 시작됩니다. 마감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한동안 멈춰 있었던 직장 상사, 선후배, 거래업체 담당자들과의 인간관계가 재개됩니다. 그러나 나의 행(行)은 세션에 참여하기 이전과는 다를 것임을 압니다.
지리산 계곡에서 옷을 모두 벗고 내 영육을 그대로 드러내며 목욕을 했던 것은 훌륭한 수행법이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문득 한바다님이 개헤엄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삶의 장면들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세션 내내 함께 했던 또 하나의 존재를 제외시킬 수가 없습니다. '포도'라는 애견인데 제가 호흡기 때문에 고생만 안 했다면 귀여워 해주었을 텐데... 포도가 그런 제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요? 내달리는 차 안에서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포도는 어느새 구름이 되어 여유롭게 노닐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무한한 허공에서 기쁘고 반갑게 만났습니다.
끝으로, 지리산에서 내내 맛있는 식사를 책임져 주신 산장 아주머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기념으로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졸라야겠습니다.
우리가 보낸 일주일 남짓한 시간은 매우 가치 있고, 가짜 삶이 아닌 진짜 삶을 체험하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세션 후기를 마치며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보렵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사부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법안 합장
와! 이렇게 후기가 많이 올라왔을줄이야~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후기를 읽었었네요.
당일 글이 올라온 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더랬습니다.
읽은 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들이 전해졌습니다.
몇자 후기 올려볼까 하다가 세션 받은 입장도 아니라
맘으로 기뻐하며 느껴보고 글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몇일 전 저같은 주부도 메인세션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좀 연구해 달라며 한바다 선생님께
글도 보냈었는데, 아직 깜깜 무소식이지요.
이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기 있었으면.... 훌찌럭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우우우웅~ㅠㅠ
갈망이 채워지지 않는다며 행복을 저만치 밀쳐놓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더랬습니다.
함께 하고 싶어 정회원 신청도 했는데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것이
열정이 없음일까요? 현실에 순응함일까요?
또 해피타오님들과 뵙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러움맘이 생겨 어린아이처럼 앙탈 한번 부려봤습니다.
아뭏튼 축하드립니다.
그 순수함이 오롯이 드러난 법안님과의 만남은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무척 행복했습니다....^^
법안님 안에 거하는 위대한 힘, 용기있는 발걸음을 성-원-합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