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에 술에 취한 바라문 외도가 부처님한테 계를 받으려고 왔습니다. 술에 취했는데 부처님께서 그 청정한 안목으로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오! 비구여 잘 왔구나!" 그 한마디로 바라문의 머리를 깍아 버리고 법의를 입혀 버렸습니다. 부처님의 위신력과 그 사람의 원력으로 해서, 무슨 계를 받는다, 준다 하는 말 없이 그냥 "비구여 잘 왔구나!" 그 말 한마디에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법의가 입혀지고 계를 받아서 하룻밤을 잤습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아침에 계 받은 사람은 도망쳐 버렸습니다. 술 김에 계를 받았지만 술을 깨고 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겠지요. 따라서 아난존자 같은 분들이 부처님께 책망조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존께서는 다 아시면서 그와 같이 술 취한 사람에게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을 주십니까?" 하고 힐난 조로 말했단 말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담바라화는 비록 시든다 하더라도 여느 꽃보다 더 향기롭다." 비록 파계하고 나서 가버렸지만 한번 가사를 걸친 그 공덕때문에 계율을 전혀 안 받은 사람보다는 더 귀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술취한 바라문이 부처님의 청정미묘한 계를 받겠다는 마음을 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자기 잠재의식에 훈습되어서 몇 생 후에는 그 인연으로 성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설사 술 김에 계를 받았다 해도, 계를 안 받은 사람보다는 낫다는 겁니다. 마치 우담바라화 꽃이 비록 시들었다 하더라도 여느 꽃보다는 더 향기롭듯이, 그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는 더 소중한 선근을 심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화스님의 <가장 행복한 공부> 중에서
져버릴 꽃인줄 알아도 우담바라꽃을 피워주시는 자비가 아름다이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