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프랑스 월드컵 때 처음으로 세계에 월드컵이라는 축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야말로 스포츠는 "all 꽝"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축구에 매혹된 것은 오프사이드 규칙 때문이었습니다.(물론 축구의 원시성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겠죠.)
물론 처음에는 그것이 뭔지 몰랐습니다.
골대에 골이 들어갔는데도 왜 무효가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오로지 전진이 최고인 줄만 알았던 저로서는 오프사이드 규칙을 알게 된 순간,
거의 충격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공격팀 선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공보다 앞쪽에 있을 때, 자기와 골라인과의 중간에 상대팀 선수가 2명 이상 없으면 오프사이드의 위치에 있으며, 이때 후방의 자기편으로부터 패스를 받으면 반칙이 된다니, 아이 씨, 정말 죽이지 않습니까?
물론 이 규칙에는 좀더 다양한 상황들에 적용되는 또다른 규칙들이 더 내포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축구가 처음에 영국에 등장했을 때 금지령이 내려졌었답니다.
공공의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엄청난 소동은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수많은 악덕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당시 영국에서 축구게임은 민중의 종교적인 행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축구의 맹점은 득점이 아니라 "오랫동안 즐기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 점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규칙이 바로 오프사이드 규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긴박한 상황에, "무조건 전진"의 순간을 잠깐 붙잡는 오프사이드 규칙.
그렇기 때문에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 더욱 전율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붙잡고, 붙잡고, 붙잡아도 마침내 길을 뚫고 들어가는 그 순간!
어젠 정말 온몸에 전기가 짜르르 흐르는 것이,
세상에 어떤 것이, 어떤 일이, 어떤 순간이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더구나, 그 첫골이 황선홍 선수였다니! 정말 황씨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너무 흥분하고 있다구요?
그러게요. 당분간 다른 것으로는 별로 흥분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