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Controler Right Corner
Promotion Bottom Right Corner
5,116

닭 이야기

수정 삭제 조회 수 3716 추천 수 0 2002.05.08 16:59:39
박홍희 *.109.222.44
닭 이야기

오래전 태국 치앙마이의 고산족 마을을 여행 한적이 있습니다. 말이 여행이지 비를 맞으며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며 산 꼭대기에 사는 고산족 마을에서 누워자고 또 다른 고산족마을을 찾아가는 강행군이었습니다.

그 곳에 사는 야후,라오족등 고산족의 모습이 어릴 적 우리 시골아저씨,아주머니 모습과 어찌나 닮았든지. 마을 앞 장승하며 , 솟대라든지, 새끼에 고추를 달고 출산을 알리는 풍습등 사는 모습도 문화도 거의 비슷해서 놀란 기억이 납니다…

고산족 마을의 아침은 어린시절 우리 시골과 똑 같이 닭 울음소리와 같이 시작됩니다. 자연과 동떨어진 고산지대에서 문명과의 접촉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그냥 산에다 풀어놓고 키우는 자연그대로의 닭이라 울음소리도 참으로 우렁찼던 기억이 납니다…

새까만 토종돼지들이 꿀꿀대며 산길을 오가는 모습과 애들이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모습은 또 얼마나 정다웠던지….

닭은 우리에게 친근한 가축입니다…새벽을 알리며 곤히 잠든 농부의 아침을 재촉하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 유명한 반독제투쟁의 선봉에 선 사람의 말도 기억이 납니다.

옛날 제가 살던 시골집에도 닭이 있었습니다.. 30년도 더 지난 옛날일이지만 … 암닭이 알을 낳으면 그 계란을 꺼내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아버지 밥상에 올리기 위해 어머님이 밥위에 계란과 파등 갖은 양념을 하고 휘휘 저은 다음 밥솥안에 넣고 불을 때면 참으로 맛있는 요리가 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암닭이 품은 계란을 꺼내려다 수탉에게 손을 쪼이기도 하고, 그놈들도 父情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기전에 추억으로 흐른 것 같습니다…

하여튼 닭과 계란은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하고도 친근한, 사위가 오면 씨암닭을 잡아다 주곤 했던 장모님과 같은 부모님과 같은 사랑과 정이 담긴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문명에 사는 우리에게 그 옛날 우리의 부모님들과 우리들에게 존재했던 그러한 사랑의 닭이 존재 할까요?

귀농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요즈음 우리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의 원료인 닭의 삶과 계란을 생산하는 양계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통 닭의 수명은 5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하는 시기는 부화후 1년이 지난후이며 대부분 죽을 때까지 알을 낳으며 산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닭의 삶입니다.. 제가 태국의 고산족을 여행하면서,어릴적 제가 시골에서 보았던 그런 닭들의 삶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의 논리에 의해 대량생산과 효율을 강조하는 대규모 양계농의 경우 닭의 수명은 보통 1년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24시간 먹기만 하면서 살을 찌우면서 계란을 낳기 위해 인간은 닭에게 참으로 잔혹한 행위를 합니다..

잠을 못자게 24시간 전기불을 켜두고, 살코기를 조금이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움직일수 없도록 하고 그렇게 해야 살덩어리(비만)의 닭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닭은 보통 5개월만에 계란을 낳게 됩니다. 알을 낳는 시기를 앞 당기기 위해 물론 성장촉진제를 먹입니다.. 비자연적인 밀폐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또 다량의 신경안정제를 투여하고, 햇빛을 보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방지 하기 위해 또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고 이렇게 해서 양계장의 닭은 9개월에서 1년 이내에 폐계, 즉 알을 더 이상 낳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런 폐계가 된 닭을 사서(보통 900원정도) 자연속에서 정상적으로 다시 키우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처음 세상에 나온 이러한 닭은 1년이 다 된 닭인데도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걸어본 기억이 없으니 당연하죠.. 사서 약 9개월 지나면 다시 알을 낳는 암닭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분의 얘기속에서 참으로 우린 닭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우리아이들과 우리들이 먹는 계란과 통닭은 이토록 잔인한 행위의 부산물입니다. 즉 성장촉진제,신경안정제, 항생제의 덩어리인 것입니다..
이러한 덩어리를 우리의 아이들이 먹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나이에 맞지않게 가슴의 발육이 두드러지고, 천식과 피부염등 질병에 시달리는 이유중의 많은 부분이 이러한 우리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입니다…


자본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대량생산의 논리가 우리의 먹거리에도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지..이러한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 가축의 사육방법은 오늘날 닭뿐만 아니라 돼지,소,우유 등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육류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식인 쌀과 채소는 또 어떠합니까? 화학비료,농약,제초제등에 의해 우리의 땅이 죽어가고 또 죽어가는 땅에 더 많은 화학비료를 투여 할 수 밖에 없는 오늘날 우리 시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자연파괴행위,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 까요?

땅이 죽고, 미생물이 죽고, 개구리가 죽고,미꾸라지가 죽고, 마실물이 없는 오늘날 시골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모든 동식물이 살아 가지 못하는 이 지구에서 우리 인간은 언제까지 살아 갈 수 있을 까요…

강남 갔던 제비도 오지 않는 이 황량한 땅에서 언제 우리는 제비를 볼 수 있을까요…

생명이 죽어가는 이 자리에서 진정한 사랑이 또한 존재 할 수 있는 것인지..
너무나 짧은 시간속에 너무나 빨리 파괴 되어 가는 어머니 지구별이 언제까지 우리의 이 잔학한 파괴 행위를 견뎌줄지가 두려운 오늘입니다…

시골은 텅비고 모두가 편리함과 사치와 향락이 집중된 도시의 비순환적이고 파괴적인 삶이 거의 유일한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농촌 우리의 삶을 자연으로 돌리고자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귀농을 해서 똥이 다시 거름이 되는, 순환이 되는 자연을 살리는 그러한 삶을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들을 도와 주고 힘을 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넘치고 절이 넘치고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이 넘치면 뭐합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사는 이 지구별은 생물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가고 있는 데..

기도와 노동과 자연이 하나되는 삶.. 그러한 삶이 진정한 삶에 가까울 것입니다..
農者 天下之 大本
List of Articles
256 시크릿가든.. 기타등등 정효정 2002-05-22 3741
255 다녀오겠슴다 양동일 2002-05-22 3769
254 해바라기 강양석 2002-05-21 3737
253 아쌍가와 내면 여행 캠프(5월24일 금요일-26일요일) 아침풍경 2002-05-20 3783
252 사부님 감사합니다. 최경희 2002-05-14 5768
251 질문요... 박진수 2002-05-14 3750
250 스승은.. 심혜원 2002-05-12 3937
249 얼마나... 심혜원 2002-05-12 3749
248 무학산 등반... 강양석 2002-05-10 3721
» 닭 이야기 박홍희 2002-05-08 3716
246 꽃을 바라보면서... 강양석 2002-05-07 3671
245 또 다른 세상...그리고, 나... 문미라 2002-05-06 3718
244 다단계해부-'도박과 다단계' 박홍희 2002-05-05 3843
243 어버이날~ 안홍경 2002-05-04 3512
242 예술은.. 심혜원 2002-05-01 3739
241 아쌍가 명상 캠프(5월16일~5월26일) 한금자 2002-04-30 4135
240 Re..진재에게... 임진재 2002-04-30 3898
239 아쌍가 인터뷰 한금자 2002-04-30 4687
238 아침을여는풍경achiim.com으로 한금자 2002-04-29 4152
237 안녕하세요? 안홍경 2002-04-28 3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