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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CANADA Toronto 입니다. (3)

수정 삭제 조회 수 1502 추천 수 0 2002.10.01 21:41:08
김달호 *.148.194.1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도 잘들 지내셨지요. 정말 맑은 가을날 입니다. 이곳 Toronto는 봄부터 지금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다가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오랫만에 충분한 비가 내려서인지 초목은 싱그러움을 머금고 도심의 공기는 상큼해졌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를 즐기며 참으로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떠올려 봅니다. 이곳 Toronto는 여름에 섭씨 삼십도가 넘는 날이 평균 십삼일 정도였는데 이번 여름은 약 삼십오일이나 되었습니다. 이삼십년 전에 이민온 분들의 말로는 그당시 Toronto는 에어컨이 필요없는 곳이었답니다. 그런데 이처럼 더워진 걸 보면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각한 것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지난 여름의 기억들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월드컵 경기였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응원함성이 들리는 듯하여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곳의 많은 분들도 이민 역사상 그렇게 신나는 일은 처음이라고들 했지요.

월드컵에 관한 제 개인적 기억은 3가지로 모아집니다. 첫째는 대 이탈리아전 입니다. 일찍, 반야의 불꽃에서 한바다님의 예언적 싯귀를 보았기에 집에 모여서 시청하던 가족들과 조카들에게 설기현과 안정환선수가 각각 한골씩 넣어 이긴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해둔 터에 경기 종료 가까이까지 골이 터지지 않았을 때에는 마음이 슬금슬금 불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문득 눈앞을 스치는 하나의 영상이 보였습니다. 제가 하이웨이를 운전하면서 설기현 선수가 골을 넣었다고 큰 소리로 알리는 아내의 전화를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즉시 TV시청을 중단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삼분 거리에 있는 하이웨이로 차를 몰고 달리면서 휴대폰을 켜둔채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약 수분후, 휴대폰이 울릴때의 심정은 마치 백척간두에 선듯 비장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윽고 전화를 통해 터져나오는 함성, 함성들... 즉각 저도 같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소리들을 마구마구 질러댔습니다. 어쩌면 그처럼 기쁠 수가...... 결국 한바다님의 예언대로 안정환 선수의 추가골이 터져 승리하였지요.

두번째는 대 스페인전이 끝나고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한바다님의 글을 접하고서는 님의 감격과 기쁨이 그대로 제 가슴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상대적으로 미약한 4강에 대한 미래코드가 한바다님의 인도로 맑고 순수한 열정에 가득찬 많은 분들이 동참하여 실제 현실로 창조 시켰으니 얼마나 장한 일입니까. 오죽 하셨으면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표현을 쓰셨을까 하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며 감전이 된 듯 한참동안 그 글만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그 순간 역동적 현실 창조에 대한 체험으로 삶과 우주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졌음을 말씀드릴 수 있군요.

마지막, 세번째는 역시 한바다님의 "지금 한국 민족은 집단적 변형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글을 읽으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치 한 웅쿰의 박하사탕을 뿌려 놓은 듯 시원한 느낌이 가슴속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단지 아! 아! 하고 감탄사만 연발하였습니다. 하늘이 한국민족에게 주신 선물인 월드컵의 순수체험을 인식할 수 있었답니다. 그땐, 단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였습니다.

지금 창밖은 높은 하늘에 몇조각 흰 구름만이 한가롭습니다. 뒤뜰 목련나무는 계절을 잊은듯 맨 꼭대기에 딱 한송이 꽃을 피웠습니다. 봄에 피워야 할 목련꽃이 가을에 피우니 자연은 저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그 의미를 새겨봅니다. 그럼, 사랑하는 Happy Tao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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