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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아끼지 않는 보시

조회 수 24512 추천 수 0 2011.12.01 14:04:44

 부처님은 전생에 시비왕尸毘王이었는데, 제석천황이 그 왕의 자비심을 시험해 보려고 천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비둘기가 되어라. 나는 매가 되어 너를 쫓아갈 것이다. 너는 거짓으로 두려움에 떨면서 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라.”
 천신은 곧 비둘기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제석천왕도 매로 변화하여 급히 비둘기를 쫓아갔다. 비둘기는 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때 매는 나무 위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그것은 내 밥이지, 대왕의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여 괴로움에서 건지려고 발심하였다.”
 “왕이 일체 중생을 제도하시려 한다면 나도 일체 중생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가엾이 여기지 않고 내 밥을 빼앗습니까?”
 “내게 온 중생을 일심으로 수호하여 화를 당하지 않게 하려 한다. 대신 너에게는 네가 먹고 싶은 것을 주리라. 너는 무엇이 먹고 싶으냐?”
 “갓 죽인 고기입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아, 그것도 어려운 일이구나. 내가 살생하지 않으면 얻을 길이 없다. 그러나 어찌 하나를 죽여 다른 하나에게 주겠는가?’
 그리고는 칼로 자기의 다리 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매가 말하였다.
 “그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같게 해주십시오.”
 “저울을 가져와 나의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달아 보아라.”
 저울로 무게를 달아보니, 비둘기의 몸은 무겁고 왕의 살은 가벼웠다. 왕은 두 다리 살을 모두 베어냈으나 그래도 가벼웠다. 두 장딴지와 가슴의 등살 등을 베어냈고, 온 몸의 살을 모두 베어냈는데도 비둘기가 더 무거웠다. 마침내 왕이 저울에 올라앉으니, 비로소 비둘기의 무게와 같았다. 매는 왕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지 마시고,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비둘기가 내게 와서 의지하였으니 나는 결코 너에게 줄 수 없다. 나는 나의 살을 베어낼 때, 처음에는 법을 위하지 않고 아까워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부처가 되려고 저울에 올라앉았으니, 후회가 없다.”
 그때 여러 천신과 사람들이 모두 찬탄하였다.
 “한 마리 비둘기를 위하여 저렇게 고통을 당하시는 구나.”
 감동한 제석천왕과 천신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곧 왕의 몸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켰다.

 

중경찬집비유경 상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경전구절, 이진영, pp. 16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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