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무극 백범김구

지난 8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창무극 ‘백범김구’를 관람하였습니다. 지혜님의 주선으로 한바다선생님을 비롯한 몇 분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는데요, 격동기를 온몸으로 부딪쳐 열정적으로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김구선생님을 재조명해보는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창무극을 실제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 작품은 국악과 오케스트라, 창, 연극이 절묘하고 환장적으로 결합된 굉장히 수준 높은 퓨전 오페라였습니다.

독립운동가로만 알고 있었던 김구선생님께서 청년 시절에 동학에 몸담았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18세에 동학에 입도하고, 19세에는 동학군을 지휘하여 해주성을 공격하지만 참담하게 실패하고 맙니다. 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선비들로부터 세상공부-위정척사론 등을 수학하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강렬하고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이 9가지의 주요 테마-장을 중심으로 감동적인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시작부터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답고 웅장한 연주와, 마치 신들린 것처럼 혼신을 다해 연기하고 또 호소력 짙은 창을 들려주는 광경을 보면서, 이런 것이 바로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생생한 감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구선생님의 그 뜨겁고도 처절하고, 안타까웠던 인생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 않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가까운 근대의 치욕의 역사.. 13년정도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였던 나라 대한제국 그리고 그 기간 보다 배 이상이나 이어졌던 일제 강점기... 그런 우리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쳐 고군분투하였건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서 꿈에 그리던 조국의 독립을 맞이하였건만, 어이없게도 같은 동포에게 총을 맞아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코끝이 찡해지며 한없이 슬퍼지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할 기회조차 충분히 얻고 있지 못한다는 현실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곤궁한 상황에 처해있는 곳이 어디 국악계 뿐인가요.. 분연히 일어나 목숨 내놓고 싸우다 쓰러져간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그 후손들 또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말입니다. 공연 시작과 중간에 동편제 판소리 보존회의 송순섭 이사장님이 기백 있고, 멋드러지게 작품소개 등을 하시면서 관람소감을 좀 부탁한다고 하셨는데, 공연장을 나오면서 관람객들과 기념촬영을 하시면서까지도 관람소감을 거듭 부탁하시는 모습이 참 딱해보였습니다. 또한 우리의 환경이 그런 분위기에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것이 슬프기도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공연 팜플렛에 소개된 백범 김구선생님의 어록입니다. 문화강국을 역설하기도 했던 김구선생님의 강력한 의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지길 바랍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전체로 보면 현재의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적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