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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과정

조회 수 24407 추천 수 0 2011.01.28 13:45:50
 

지금이야 많이 변했지만 원래 내성적이고 기질적으로 예민하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심하다.

A형이 특성이라고도 하고, 성장 시 환경과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고, 뭐 타고난 사주 운운해볼 수 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께서 통신표에 적어놓으시기를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하므로 가정교육에 특별히 신경을 써주십시오>.

감수성이란 낱말 뜻은 알고 있었지만, 예민한 감수성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가정교육에 왜 특별히 신경을 써야하는지 어린 마음에도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을 고찰해 볼 수 있는 나이도 역량도 아니어서 막연하게나마, 내게 주의를 요해야 하는 어떤 문제 같은 것이 있나보다 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그 선생님의 기록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들이 많았다.


사람의 성격 구조물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규정지을 문제도 아니지만 잘 살펴보면 특기할 만한 일관성 같은 것이 있어 몇몇의 형태로 분류할 수가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해 볼 수 있는 보편적 몇 몇 틀에, 보다 개인적인 요소들이 뒤섞인 복잡다단한 구조물을<그 사람의 성격>이라 우리는 부른다.

아참, 학술적인 이야기를 풀어가자는 것은 아니었다.


성격이라....

자신이 성격 같은 것을 재고해 볼 필요 없이도 수월하게 살아지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주거 환경이 생존에 열악하지 않고, 인연에 무심하거나 유연할 수 있고, 내적으로 자신과 알력 없이 편히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내세가 있다면 뭐 죽어서라도) 자신 내지 타인(그리고 환경)과의 교섭을 전제로 살아야 한다.

교섭(교류)은 존재의 기본 양식으로 사람이 자신과 남의 성격을 바르게 통찰할 수 있으면 보다 더 조화로운 교섭이 가능해진다.


내 삶을 놓고 보면, <교섭 주체로서의 자기 성격>에 대한 무지함은 자주 나를 <교섭의 실패>로 이끌었으며 <교섭의 실패>는 많은 경우 불편함, 또는 고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좋거나 나쁘거나 한 삶을 나도 다수의 사람들처럼 그저 닥치는 대로 끙끙거리며 살아낼 뿐이었으니, 자기 성격에 대한 통찰이라 부를 만한 행위에는 중반이 넘어서야 겨우 눈뜨게 된 셈이었다.


어느 해, 커다란 열림이 있어 더 이상 어떠한 앎도 필요로 하지 않는(것 같은) 절대무지(비슷한)의 인식성으로 나를 이끌어다 놓았다.

(왔다가 가버린 경험이고, 그 충만한 비어있음을 아는 사람들도 더러 많이 있다고 안다)


자아의 사라짐 후에 남은 절대의 무지. 그 무구한 인식성으로 그저 존재할 뿐인 삶이랄 것도 없는 삶.

그것이 육신이 살아있는 내내 허락될 것이란 야무진 꿈을 살면서 나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다만 삶 자체가 굴레처럼 느껴진 적이 많았을 뿐.


열림의 날 이후 정신 차릴 수 없이 발생하는 온갖 현상들에 맞서, 자신과 일상을 정상화(?) 시켜놓기 위한 처절한 분투와 반대로 압도하는 만족과 행복감, 기억의 공백 같은 이상한 무지를 오락거리며 살아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어느 한쪽에서 자꾸만 해체가 진행이 되고, 반대편에서는 끊임없이 나를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순된 상황.

흔히 잘하는 말로 <에고의 저항>이라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현상에 대한 저항을 멈추는 경지(^^)가 내겐 별로 가능하지 않았다.

뭐 지금도 그렇다. 빈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떻게든 나를 규명해내야만 하고, 어떡하든 그 규명의 방법론을 닥치는 대로 알아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인간 꼴을 하고 살자면.


압도하는 에너지 현상은 견고한 오온의 살림보따리를 끊임없이 풀어헤쳐대고, 수행관성은 없고, 나름 수행을 해봐도 그것으로 능사가 아닌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노력하면 할수록 관계든 뭐든 어그러지고, 철저히 노력하지 않음(의 노력도) 가능하지 않고...그 발버둥의 어디쯤에서 나는 심리학을 만났다.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들을 심리현상만으로도 영적 현상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기에, 내 안에 심리학과 영성의 접점을 위한 다리를 놓아가면서 나는 사부님께서 말씀하셨던 그<밀린 숙제>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죽어라 발버둥 치다가 집히는 대로 하나씩 근근이 문제 해결의 도구로 적용해왔을 뿐이지만 그 효과는 컸다.

일단 내게 일어난 현상 내지 문제들을 심리학적인 관점과 영적인 관점을 교차해가면서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 자세한 과정을 늘어놓을 순 없으나 자아 발달과정에서의 문제와 자아 소멸 진행의 사안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분명해지는 것이 많았으며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지라 어설프기 짝이 없긴 했지만 성격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내게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개괄적인 인성의 발달 구조를 이해하는 작업, 나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는 작업.

미발달과 과잉 발달된 부분을 알고 일정 균형 꾀하는 작업들, 그리고 특정의 트라우마들, 상처 입은 내면아이의 문제들을 치유하는 과정들.

내 안의 부조화를 통합하고, 그것을 다시 밖과 조화시켜내는 과정들.. 소위 인연의 문제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범주의 어디쯤을 배회하고 있다.


심리학이, 자신과 남의 성격을 이해하는 과정이 더는 필요 없어진 인성구조의 틀 밖에서 자유로운 이들을 나는 진심으로 경외한다.


일초직입여래지의 삼빡함은 내게 가능하지 않았다. 역부족이더라.

대신, 자신을 들여다보고 모자란 부분 끝없이 다시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고,  이해하고, 달래고, 타협하고 때로 잔소리하고 때로 살살 꼬시고 필요하면 무시도 하면서 여태 살아왔다.


분열된 자아가 일정 통합되면서(그리 믿고 싶다 --;;), 바깥의 인간관계도 보다 통합된 양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소외되고 억압된 마음의 사각지대. 알지 못해서, 알고 싶지 않아서 제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던 마음의, 성격의 구조물들을 이젠 전처럼 열심히는 말고 좀은 여유 있게, 즐겁게, 만나내고 싶다.


사람마다의 과정이 다르니, 그것 역시 내 관점일 뿐인데도 가끔 심리학을 예찬하는 나를 본다.

사실 예찬이라기 보다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일 터다.

 

내게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마음을 벗어나기 이전에 마음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형성하는 과정, 마음을 단호하게 떨쳐버리는 수행도 필요하지만 적절하고 바르게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므로. 

마음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과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서로 위배되는 것만은 아니므로.

고래로 있어온 말이지만 건강한 심신의 바탕 위에서야 영성이 무리 없이 제대로 꽃피어 날 수 있으므로.


성격구조다 뭐다 가끔 도반님들께 우긴 점을 두고  <무지개 자신의 과정>이거니 하는 이해로 봐주시면 참 좋겠다는 말씀드린다.


이해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profile

[레벨:5]나참

January 28, 2011
*.55.17.210

일곱색갈 무지개님.


저는 이해 할수있습니다요, 뭐가 뭔지 잘      몰라도요,,^^

그리고, 사랑도 할수있습니다요,뭐가 뭔지 잘      몰라도요,,^^


그낭,      무지개 색갈은             일곱이다,,     라는걸요,,,^^


                  무지개는    행복 하셨다죠 ? ^^




말씀, 감사 함니다,, _()_



profile

[레벨:0]종법

January 28, 2011
*.250.167.6

우리동네에 무지개님 처럼

공부 잘하는 사람이 함께산다니

매우 뿌듯합니다.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무지개님 처럼

논리정연 하게 나를 밝히고 설명할수 있으면

부부싸움 할일이 없어질텐데....

 

똑같이 들이대고 보는 내성질 때문에

집안이 맨날 3한4온 입니다.

주로 제가 끓고있는 기름에

점화하는 역활을 맡고 있지요.

제 성질머리가  매우 거시기 합니다.

반성 많이 합니다.

우리집에서 215미터 가까운 거리에 사시는 공부 잘하는 무지개님  ...만---세~~~

 

방림동 주민을 대신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

그대와 한동네에 살아서 매우 행복 합니다...♥♥♥

profile

[레벨:1]레인보우

January 28, 2011
*.249.49.133

에궁~~~~~~

죽도록 매맞다가 마지못해 반성하는 식으로 해온 공부를

잘한다 하시니

송구함이 모락모락 ^_^ ;;

 

근데 한 350내지 400미터는 되는 것 같은데.....

설 무렵에 모두 한번 또 뭉칩시다.

 

암튼 종법님도 만~~~세~~~~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공부 잘하는 종법님,

많은 부분 감사드려요.

profile

[레벨:4]moonlake

January 29, 2011
*.225.66.66

사랑스러운 레인보우님 !


님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오랫만에 글 올리시느라 애쓰셨고

님의 소중한 내용들이라 몇 번 더 읽어보려 합니다. ^^


이 곳에서 다시하는 교류에

제 마음이 많이 흐믓하고 즐겁구먼요. ^^


님 가시는 여정에

언제나 행복이 함께 하기를 빌며.....


많이 많이 사랑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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