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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사라짐

수정 삭제 조회 수 1812 추천 수 0 2015.03.08 10:58:37
해공 *.96.226.240

  한 순간도 같은 것은 없다. A=A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동일률은 관념이고 관념을 다루는 방법일 뿐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감각되고 있는 것은 순간 순간 명멸하는 물질의 순수 감각이다. 가만히 자신의 몸을 느껴보면 자신의 몸 조차도 같은 순간은 한 순간도 없다. 한 순간도 같은 호흡이 없다. 같은 호흡이고 같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관념 속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몸의 관념이 사라지면 몸은 테두리 없이 텅 빈다. 이 지점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잃어버렸다며 여기 저기 찾아보기도 한다. 사실은 앞면과 뒷면을 포함한 3차원적인 자신의 몸이라는 이미지와 관념이 사라지고, 순간 순간 명멸하는 몸의 감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이 실제 몸의 감각은 늘 있는 것이지만 관념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이 물질의 순수 감각에선 한 순간에 한 감각의 한 영역만 있을 뿐이다. 이 순간엔 호흡이 들어올 때의 배의 부품 만이 있다. 부품의 실제 촉감을 느끼면서 'rising'이라고 마음 속으로 이름 붙여본다. 이것이 물질이다. 이것이 배의 부품이다. 이 순간엔 호흡이 나갈 때의 배의 꺼짐 만이 있다. 부품의 실제 촉감을 느끼면서 'falling'이라고 마음 속으로 이름 붙여본다. 이것이 물질이다. 이것이 배의 꺼짐이다. 몸의 사라짐이 깊어 머리의 테두리까지 사라지고 배의 움직임도 미세하여 몸의 움직임이 저절로 가라앉을 때는, 마치 허공의 메아리처럼, 테두리 없이 텅빈 온 몸으로 들이쉬고 내쉰다. 의식[윈냐나] 자체를 느껴보며 마음 속으로 ‘aware’라고 이름 붙여준다... 호흡은 저절로 길어져서 한 호흡에 10초, 20초, 30초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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