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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뜻: 토론과 논쟁

조회 수 2305 추천 수 0 2015.03.08 22:20:00

말과 뜻: 토론과 논쟁|··· 불교 게 시 판
해공|조회 27|추천 0|2015.03.07. 04:12http://cafe.daum.net/mobuddhism/RVF2/1250
  The word is not the thing. 말은 실제 사물이 아니다.

  지두 크리쉬나무르티의 말이다. 우리들이 잊기 쉬운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말>과 <실제로 있는 것>을 혼동한다. 관념의 투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로 대화를 시도하는 상황에서는 말과 관념은 같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 없는 잠에서도 그러한가? 죽음의 순간은? 태어남의 순간은?
  철학적인 토론을 시도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용어의 통일이다 -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분석 철학은 여기에서 유래한 듯하다. 석존께서는 완전히 통일된 용어로 철학적인 토론을 하진 않으셨다. 석존의 말씀은 대화의 언어였고, 같은 말도 맥락에 따라서 다른 뜻으로 쓰셨다. 예컨대 오온의 수[웨다나아]와 행[상카라], 식[윈냐나]은 12연기의 수, 행, 식과 다른 뜻으로 쓴 것이라고 테라와다는 보고 있다 - 여기에는 수와 식은 같은 뜻으로 썼다든지 하는 등등의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석존께서는 팔만대장경을 설하실 의도는 없으신듯하며, 당신 앞에 있는 한 사람이 팔정도를 행하고자 할 때 필요한 몇 마디의 말씀을 하셨을 뿐이다. 그래서 석존 당대의 수행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몇 마디의 말씀을 기뻐하며 믿고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여 아라한과를 이룰 수 있었다 -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행복한 상황은 아니며, 어찌 보면 석존 당대에 깨닫지 못한 몇몇의 지진아들과 대다수의 무관심층만 남아 있다^^;;;. 지은 공덕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찌하겠는가... 내 땅이나 장만해볼 수밖에...
  불교에서 최초의 철학적인 용어 통일 시도는 아비담마에서 이루어진 듯하다. 철학적인 토론의 언어가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석존의 말씀을 토론하고자 할 때도 용어의 통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거의 글자만 오가기 때문에 더욱 필요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거의 통일된 언어로 생각을 교류하는 영역은 자연과학 뿐이다. 자연과학의 영역은 감각의 계량화로 귀결되고, 물질 내지 감각 중에서도 다섯 감각과 학문적 이성을 갖춘 사람들이 계산해서 확인할 수 있고,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부분만 다루기 때문이다 - 물론 여기도 고도의 추상화 관념화 학문화가 필요하므로 수준[지식의 축적]이 높아질수록 전문가들만이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그러나 감각의 계량화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서는 통일된 용어가 거의 없다. ‘물질,’ ‘현실,’ ‘실재,’ ‘마음,’ ‘깨침,’ ‘감각,’ ‘경험,’ ‘체험,’ ‘나,’ ‘생각,’ ‘사유,’ ‘영혼,’ ‘정신,’ ‘세계,’ ‘말,’ ‘언어,’ ‘깨달음,’ ‘열반,’... 등등 수많은 기본적인 용어에 대해서, 많은 양식 있는 철학자들은 서로 토론을 시도하다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용어들을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 때로는 같은 말이 반대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에서 토론의 시도를 끝나야 했다. 즉, 토론은 시작도 못해보고 토론의 시작점에서 용어의 차이를 확인하고 마친 경우가 허다하다 - 용어를 특정의 뜻으로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특정한 사유 체계와 관련되어 있고, 때로는 상대방의 말뜻으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 사유 체계의 붕괴를 암시하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느냐는 어떤 말을 어떻게 쓰느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말을 어떻게 쓰지 않으면, <어떻게 보느냐>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란 것을 ‘속으로 하는 말’이 주도하며 이어지는 관념의 흐름으로 본다. 관념은 이미지와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개념은 (속으로 하는) 말과 결합하여 이루어지며, 일상적인 대화의 상황에서는 말이 없는 개념도 없고, 개념 없는 말도 없다. 이것이 나의 생각이고,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생각,’ ‘이미지,’ ‘관념,’ ‘개념,’ ‘말’ 등의 용어 통일에서부터 난항이 있는 것이다. 초기 불교의 ‘위빳사나(vipassana)’와 ‘사마타(samatha),’ ‘보디샅바(bodhisattva],’ ‘불교(what the Buddha taught),’ ‘닙바나’는 대승의 ‘위빠샤나(vipashana)’와 ‘샤마타(shamatha),’ ‘보살(菩薩),’ ‘불교(佛敎),’ ‘열반(涅槃)’과 다른 개념이다. 자신의 뜻으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데서부터 토론의 패권을 쥐려는 폭력이 개입할 수 있다 - 거듭 말하지만, 상대방의 뜻으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때로는 자기 사유 체계 자체의 붕괴를 암시할 수 있다.

  아비담마의 입장에서 보면 닙바나[열반]의 상태를 제외하고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다음 일곱 가지가 있다. 즉 오온 중에서 다음 것은 닙바나를 빼고는 늘 반드시 있는 마음 부수[마음 작용]이다 - 흔히 줄여서 ‘반드시들’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지만 식[윈냐나]을 제외하고도 다음 7가지는 반드시 식과 함께 있다. 색 접촉 수상행의 차례로 열거해 본다. 긴 소리는 모음 글자를 반복해서 표현한다.

1. 생명기능[명근(命根)] - 색온 즉, 물질[루빠] 중의 하나이다
2. 접촉 - 행온 중 하나이다.
3. 느낌[웨다나아] - 수온[受蘊]이다.
4. 지각(知覺)[산냐아=想]
5. 의도[cetanaa = 체따나아 = 思] - 행온 중 하나이다.
6. 심일경성(心一境性)[ekaggataa] - 행온 중 하나이다.
7. 주의(注意)[manasikaara] - 행온 중 하나이다.
  출처는 <<아비담마 길라잡이(상)>>(초기불전연구원): 193

이 일곱가지는 식물 인간의 상태에도 있다. 이 일곱가지는 죽음의 순간에도 있고, 재생의 순간에도 있다. 오온이 있는 곳이 세계이므로 이런 입장에서는 식물인간에도 세계가 있다. 열반을 제외하고는 세계가 없는 곳이 없다.

  말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의식해야 하며, 상대방의 말의 뜻을 파악하고자 해야 하며, 자기 말뜻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즉 자기 생각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고 여력도 없다. 가족을 부양하고, 내 수행을 하고 내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바쁘다-.-;;.
  생각을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를 체험할 수 있는 주말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 5

****15.03.07. 12:13
해공님은 오온을 없다고 보는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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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공15.03.07. 12:18
 '있다'와 '없다'의 뜻부터 정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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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7. 12:21
해공 유/무는 의식의 영역일 뿐입니다. 실제 유무라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만. 따라서 오온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해공님의 의견을듣고 싶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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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공15.03.07. 12:36
**** 제 견해로는 오온은 생멸하고 있습니다. 오온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육식입니다. 6식도 생멸하고 있습니다. 제 견해로는 한 번에 육식 중 하나만 생멸하고 있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한 번에 6식 중 하나만 생멸하는 것을 최대한 근접해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현재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핀대가리 만한 부분이 보이며 생멸하는 것 뿐이고 다른 감각이나 의식이 없다면, 그걸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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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7. 12:41
해공 잘 들었습니다. 훌륭한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오온이 생멸하는 건 맞습니다. 그냥 오온 자체를 없는 걸로 치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해본 것입니다. 군더더기가 길었네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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