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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과 분필집게

조회 수 3450 추천 수 0 2015.03.08 22:29:57
                    분필과 분필집게

  분필로 하는 판서는 학교현장에서 생각보다 수명이 길다. 보드마카를 써서 판서하는 경우, 보드마카 판에 빛이 반사되어 보드마카 판이 잘 안 보이는 학생들이 칠판에 비해 더 많이 생긴다. 그러므로 그나마 가장 많은 학생들이 보기에 무리가 없는 칠판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거 같다. 분필로 하는 판서는 학생들이 판서를 보고 노트를 하는 시간과 연결되어 사제가 함께 실시간에 가깝게 함께 필기를 하는 경험 공유의 장(場, field, 마당)으로서, 이런 판서를 통해, 선생은 학생의 필기 시간과 맞출 수 있고, 학생은 선생님의 말소리를 글자로 확인하며,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하는 동안 책이나 공책에 베껴 쓰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미리 준비된 ppt를 스크린으로 돌리는 것과 다른 현장성과 즉흥성, 사제간의 호흡 일치 등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칠판 판서에 있다.
   대여섯 개 대학을 강의 나가서 각종 분필을 써서 판서해본 결과 분필은 프랑스산 탄산칼슘 분필이 가장 좋다. 학부 때 교직을 이수해둔 인연으로 5년간의 일용잡직 대학 시간 강사생활을 접고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호봉제 철밥통을 차지하고 나서도 이 분필을 찾아서 이 분필을 사용했던 인하대에 문의하기도 했다. 요즘 알게 된 정보에 따르면 이 탄산칼슘 분필은 문교분필에서 문교DC분필 또는 문교탄산분필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도 일반 문교분필과 별 차이가 없다--2000년도 이전 전화번호의 지역번호가 바뀌기 전에는 원산지가 프랑스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요즘 나온 포장지 통에는 제조자명이 (주)문교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요즘은 국내생산하는 지도 모르겠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 역 지하의 아톰문구에서 일반 문교분필은 10개에 540원, 이 탄산칼슘 분필은 10개에 550원 한다. 이 탄산칼슘 분필은 일반 분필에 비하여 엄청나게 잘 써지고 잘 지워진다. 일반 분필로 판서할 때의 힘의 반만 들여도 슥삭 잘 써진다. 판서할 때 분필이 삑삑 거리는 경우도 없다. 퇴근길에 10개들이 한 갑에 550원하는 곳을 알기 전에 학교에서 인터넷[enuri.com-->통신 사무 문구-->문구류-->필기류-->분필]을 뒤져 42갑에 2만5천 200원 어치를 주문해서 학교로 택배 보내도록 신청했다.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분필 걱정은 없을 거 같다.
   그런데 탄산칼슘 분필은 일반 문교분필보다 좀 굵기가 가늘다. 이 점에 분필 집게와 연동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대개의 분필집게는 일반 분필의 굵기에 맞춰져 있어, 이 탄산칼슘 분필을 꽂으면 헐렁해서 고정이 되지 않거나 그냥 쑥 빠진다. 이런 탄산칼슘 분필을 꽂을 수 있는 분필집게로는 플라스틱 분필집게와 이글통상에서 나온 분필집게가 대표적이다. 일반 굵기의 분필은 문성상사(서울 전화 507-0303) 취급하는 자동 분필 샤프[분필집게]를 끼워서 쓰면 분필이 부러지지도 않고 잘 써지는 편이다. 이 분필집게는 개당 1,500원으로서 가격도 적당하고 견고한 명품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분필집게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상당수의 선생님들은 분필을 그냥 맨 손으로 잡았을 때의 감촉을 좋아한다. 그래서 심지어 종이로 분필을 싸지 조차 않고 그냥 손에 좀 묻혀가면서 잡고 쓴다. 특히 한문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분필을 꾹꾹 눌러 진하게 썼다가 느슨하게 약하게 썼다가 하는 한자 특유의 붓글씨 맛을 살리기 위해 분필을 맨손으로 잡는 경향이 강하다. 내 경험으로도 그냥 맨손으로 분필을 잡는 것이 더 강한 힘을 가할 수 있어 판서 시에 굵은 글자를 쓸 때 유리하다. 종이를 분필에 감고 쓸 경우 그런 굵은 획을 그을 수 있으나 종이를 쓰면서 조금씩 떼어내거나 손으로 분필을 집어 돌려 꺼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분필집게를 쓰게 되면 아무래도 분필을 잡는 감각이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분필로 정교한 농담(濃淡)을 살려가면서 판서하거나 굵은 글자로 잘 보이게 판서할 때는 분필집게가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필 집게를 씀으로써 생기는 장점도 상당수 있다. 우선 위생적이다. 손에 분필을 거의 묻히지 않고 한 시간 잘 보낼 수 있다. 다음으로 분필 집게를 써서 판서하면 분필이 잘 부러지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분필을 잡거나, 분필에 얇게 종이만 감아서 쓸 경우 흥분해서 힘주어 글씨를 쓰다보면 분필이 잘 부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분필집게를 쓰는 것은 분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자원 절약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부러진 분필도 분필집게에 끼워서 쓰면 상당 기간 쓸 수 있다. 물론 분필이 부러져서 생길 수 있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우리 학교 모 선생님의 경우 부러진 분필을 던져 조는 학생을 명중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수업 중 각성제로 활용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있는 폐품 재활용의 예가 될 것이다. 세 번째로 분필집게를 쓰면 수업 중에 주번에서 "Wrap some pieces of white chalk.(흰 분필 싸)"라고 할 일도 없게 된다--난 거의 백묵[흰 분필]만 쓴다. 교사나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주번에게 자기를 가르치는 교사를 위한 일을 시키는 것이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시킬 일이 생기는 것이 더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종이로 분필을 싸는 법을 잠깐 얘기하면... 분필을 세로로 세운 후 분필에 51x76mm의 포스트잍지의 불칠 안 된 부분을 위에서부터 45도로 나선형으로 감아 내려가서 분필의 밑 부분에서는 포스트잍지의 풀칠된 부분을 중심으로 감아서 분필 끝부분의 풀칠된 부분을 눌러 분필 밑을 봉한다. 분필은 감은 종이의 입구에서 5mm에서 1cm사이만 나오게 한다. 길게 나오면 분필은 쉽게 부러진다. 그리고 분필 가운데 부분쯤에 나온 포스트잍지의 끝부분을 풀칠을 하든지, 테이프로 붙이면 완벽하고 감촉 좋은 판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분해서 판서하다 분필이 부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분필 집게는 금속제와 플라스틱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이 금속제보다 더 가벼우므로 경쾌하게 판서할 수 있다. 크기는 금속제가 더 작음으로써 부피 면에서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보통 금속제 분필집게는 알루미늄을 쓰는데, 이것은 판서 시에 분필집게가 무거우면 손과 몸을 피곤하게 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분필 집게에 굵은 분필을 꽂았을 경우 분필집게 위쪽 단추를 눌러서 분필이 삭 흘러나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가? 최근에 강호의 분필집게 사용 고수들을 친견하고 초식을 열람한 결과 그 비법은 간단했다. 굵은 분필을 분필집게에 꽂았을 때는 분필집게 입구를 아래로 하고 위쪽 끝의 단추를 꾹 눌렀다가 눌린 손가락을 옆으로 탁 떼면 단추가 위로 탁 튀어 오르면서 그 반동으로 입구도 순간적으로 최대한 벌어졌다 오무려지게 되고 그 동안에 샤프펜슬에서 연필심이 내려오듯이 분필이 0.5mm에서 1cm정도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알면 쉬운데, 모를 때는 분필집게 입구의 집게발 사이 세로로 벌어진 틈 사이로 칼로 분필을 찍어서 분필을 집어서 끌어내어 썼었다-.-;; 이 비기를 보여준 선생님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하고 인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이 초식을 연마했다.

  분필 집게는 첫째 그 입구에서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분필을 잡아야 한다. 둘째 그 속에서 분필의 전체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분필이 입구부분에서만 고정되고 그 속에서는 흔들리거나 왔다 갔다 하게 되면 분필이 속에서 부러지게 된다. 입구만 한 겹으로 꺾어져서 분필을 잡는 분필집게에서는 분필이 분필집게 속에서 부러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분필에 이 꺽쇠 자국도 생겨서 미관상 약간 그렇다.
   퇴근길에 홍대정문 왼쪽 편으로 100보쯤 걷다보면 있는 씽크빅 문구쎈타(서울 전화 324-8492)에서 분필집게의 명가 이글통상(서울 전화 534-0127 FAX: 536-2094)에서 만든 유럽형 9.5 분필꽂이[분필 집게]를 샀다. 이것은 3천원이나 하지만 분필 집게 입구에서 1cm까지 안부분에 암나사처럼 홈이 나 있고 입구의 집게 부분의 알루미늄이 좀 두꺼워 분필을 안정적으로 집게 되어 있는 명품이다. 이것은 대체로 샤프펜슬의 원리와 기본적인 모양을 그대로 적용시킨 것이다. 이 분필집게의 단점은 길이나 좀 짧아 새 분필을 끼울 때 분필이 3mm정도 튀어나와 있게 된다는 점과 프랑스산 탄산칼슘 분필 규격에 맞춰져 있어 일반 다른 분필의 경우 반쯤 밖에 끼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산 탄산칼슘 분필을 주로 쓰는 사람은 이 유럽형9.5분필꽂이가 최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 명품은 실용신안등록 제0271868호로서 외국 수출도 가능할 것 같다. 옆에 있는 플라스틱 분필집게도 샀다. 연두 빛으로 샀는데 플라스틱 분필집게는 천원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플라스틱 분필집게가 쓰는 감각은 더 좋았다. 이 플라스틱 분필집게의 장점은 가볍고 길어서 분필이 충분히 속으로 들어가고도 입구에 빈 공간의 여유가 남기 때문에 앞주머니에 불펜처럼 꽂고 다녀도 분필가루 묻힐 염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단점은 좀 커서 공간을 꽤 차지 한다는 것과 일반 분필보다 조금 가는 탄산칼슘분필을 쓸 경우 오래 쓰면 헐거워진다는 점이다. 금속제 분필집게는 헐거워지면 입구의 벌어진 고정 쇠들을 눌러서 입구를 작게 하면 한동안 분필을 꽉 잡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 집게의 경우 이렇게 금속을 눌러서 고정시키듯이 입구를 다시 조절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플라스틱 분필집게는 커서 판서할 때 작은 글자 쓸 때는 느낌이 좀 둔하다.

  분필집게를 살 때는 반드시 분필을 끼워보고 사는 게 좋다. 쓰다보면 스프링이 튀어나오는 불량품도 있지만, 드물게 살 때 분필이 잘 안 끼워지는 불량품도 발견하여 우량품을 구입할 수 있다. 분필을 끼워 넣고 분필집게 입구에서 집게발이 분필에 잘 밀착되어 있는지, 네 개의 집게발의 크기는 균등한 편인지, 분필을 꽂은 채로 분필집게 입구의 분필을 꼭 눌러서 분필이 안으로 밀리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좋다. 큰 문구사에서는 분필까지 곁에 있어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문구사나 선물의 집 등 탄산칼슘제 분필까지 파는지 미심쩍은 곳을 찾아갈 경우 미리 분필을 싸들고 가서 꽂아보고 확인하는 게 좋다.

200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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