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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거인병 환자의 해피 타오

조회 수 6651 추천 수 0 2007.11.30 01:45:16
퍼온글-
키 2m5㎝. 우리나라 역대 여자 농구 선수 중 가장 큰 키로 알려진 김영희씨(43). 국가대표 출신으로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그런 그녀가 현재 거인증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다. 키가 자라는 것은 일단 멈췄으나 심장과 장기 등 내부 기관은 아직도 자라고 있어 성장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으며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투병 중인 그녀를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대낮에도 불을 켜 두어야 하는 어둑하고 비좁은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뜻밖에도 그녀는 밝고 상냥했다. 집채만한 몸, 크고 뭉툭한 코, 툭 튀어나온 이마, 각지고 일그러진 턱, 두껍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손과 발.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외형이지만 그녀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았다.

“이런 제 모습이 싫어서 20년 가까이 집안에만 있었습니다.” 1987년 겨울, 뇌종양으로 은퇴식도 없이 코트를 떠난 뒤, 김씨는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눈길과 ‘거인’이라는 말을 듣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화장품 대리점, 정수기 판매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돌아온 것은 실패와 상처뿐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처럼 지내던 어머니마저 방광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다가 쓰러져 갑자기 돌아가시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죽기로 작정하고 일체의 음식을 거부했다. 자신이 거인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은 2002년이었다.

“한 달 병원비만 수백만원이 들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을 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 분들의 사랑의 손길이 저를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했어요.”

김씨는 그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동료와 주변사람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까지 당부했던 말들이 절절이 떠올랐다. “영희야! 네가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라. 너의 참 모습을 보여줘라….”

김씨는 보통사람들 속에서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먼저 베풀고,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은 힐끗힐끗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키가 커서 죄송합니다!”라며 말을 건넨다. 그랬더니 놀라서 피하던 사람, 아침마다 집 앞으로 몰려와 “거인 나와라!”라고 놀리던 꼬마들도 친구가 되었다.

나누며 사는 것도 그녀의 생활이다. 체육 연금 20만원, 양말 부업으로 버는 20만원. 병원비 대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40만원이 월 수입의 전부지만 그 돈으로 소년소녀 가장도 돕고, 결식 노인들을 모셔다 칼국수 대접도 한다. 장애인 시설과 병원 자원봉사에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 그녀의 집에는 혼자서만 좋은 일 하지 말고 같이 하자며 물품을 두고 가는 사람, 가정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젊은 새댁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큰 키가 저주스럽고, 농구로 보냈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87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코트를 떠나 사회에 나왔을 때의 막막함을 생각하면 차라리 농구를 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기술을 배울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딜가나 눈에 띄는 큰 덩치와 국가대표 농구선수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그런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틈틈이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다.

외관의 성장은 멈췄지만, 내관은 아직도 자라고 있어 비대해진 심장이 언제 그녀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른다.

“아침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다음 날 햇살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 드린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이 일어나는 진정한 ‘거인(巨人)’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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