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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날의 체험-사랑의 숨결

수정 삭제 조회 수 3592 추천 수 0 2004.04.12 18:23:55
한바다 *.108.209.55
동학사의 벚꽃이 한창이더니 어제부턴 조금씩 지기 시작한다.
그저께는 동학사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서 상신계곡을 종주하였다.
약 두시간의 거리를 걸어가면서 비파사나 명상을 하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걸었다. 마하시 사야도의 비파사나 강의를
읽어면서...


가끔 씩 뒤를 돌아보면 계룡산의 자태가 너무나 수려하다.
가파른 오르막은 힘이 들지만 막상 정상을
넘어 내리막으로 가면서는 훨씬 수월하면서도 고도가 낮아질수록
풀들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초록색에 반갑기만 하다.

상신 마을은 옛날의 포근함으로 맞아주었다. 가슴이 살아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깐별이란 영리한 개가 집을 나갔다는 슬픈 소식도 들었다. 깐별이란 개는 아주 작은
개지만 술에 취한 주인을 살린 개이다. 깐별이를 보면서 개 사이에도 일종의
나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깐별이는 덩치는 작지만 함께 사는 진돗개인
찬찬을 동생 취급하고 동네의 덩치 큰 개도 무시하는 표정을 지은 녀석이다.
우리가 상신 살 때 아주 덩치 큰 개들도 깐별이가 인상을 쓰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 빼는 것을 자주 목격했었다. 그런 깐별이는 우리 집 진도개 진희를 끔찍이도
아껴서 내심 예쁘했더랬는데 가출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엄마가 털과 머리를 너무
많이 깎아버리는 바람에 쇼크를 받았다는 것이다.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는 택시를 타고 왔다. 벚꽃 구경하느라 동학사로 들어오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아주 느리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별 피곤하지는 않았다.
밤무렵이 되자 마음이 차분하고 맑아졌다. 11시가 다되어서는 정신이 너무나
초롱초롱해져서 숨바라보기 명상을 했다. 숨바라보기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명상법이기도 하다. 이것을 붓다는 아나파나 사티(들숨날숨 지켜보기. 안반식)라고 명명하였는데 불교 명상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명상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통 명상법에서 조식이라고 하는 명상도 비슷한데
숨의 들어가고 나감을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명상을 하자 이내 숨결이 그윽해지더니 정신이 더욱 명료해진다. 사념의
부침이 있을 때 숨결을 지켜보면 어느새 사념은 사라진다. 계속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육체의 긴장된 부분들도 스르르 풀리어갔다. 어느 순간
숨결이 멎은 듯 하였다. 그러자 가슴앞에 있었던 존재감이 훌렁하고 사라지더니
껍질이 벗겨진듯 녹는 듯 하였다. 몸과 마음들다 녹아버린 것 같다. 다만
영롱하게 지켜봄만이 그윽한 기운이 되어서 방안을 넘쳐흐르고 있다.
너와 나의 분리란 사고가 만드는 것임이 명확하다.
몸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이란 것도 사념이 만들어낸 상이다.
다만 부드러움이 ......

잠시 생각을 들어본다. 생각이 전혀 이 부드러움을 해치지 않는다.
선도에서 말하는 수화기제란 이런 상태일 것이다.
밤이 깊어서 잠이 들었는데 몸안에 청아한 기운이 가득하여서 생생한
깨어있음 속에서 거하다가 새벽 일찍 일어났다.

다음날 아침 (어제) 바깥으로 나갔더니 벚꽃은 물론 진달래의 화사한 기운과
산의 녹색이 가슴으로 곧바로 들어온다. 세상에... 산의 푸르름이란 대지가
지구가 우리에게 전하는 기쁨의 노래가 아닌가. 돈이랑 명예 등은 이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 것이더냐? 이처럼 아름다운 지구가 바로 여기에 있음에도
가슴은 대지의 노래를 듣지 못하였으니 얼마나 죽어있었던가?
특히나 산에서 새로 돋아나는 녹색은 생명 그 자체이다. 그것은 크나큰
위안이자 기쁨이다. 가슴은 기쁨의 물결로 넘친다.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서 명상에 잠기니 이마 위가 넙적하게 벌어지면서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자연스레 두손이 모아져 합장을 하는데 이유도
모를 감사함에 스승들께 경배하였다. 그 자비속에서 모든 존재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강물처럼 흐른다. 돌이켜보면 모든 존재들이 가엽고 또 존귀하다.
스승앞에서 흘렸던 눈물은 슬픔의 눈물도 아니요 한탄의 눈물도 아닌
다만 크나큰 보살의 자비속에서...

부활절은 우리 죽어버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원히 죽지 않을
새 생명 신령스러움이 살아나는 날이다. 모든 사람들의 존재의
가운데에 있는 그 신령스러움이 펄펄 살아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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