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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단순한 곳에서 평화가

수정 삭제 조회 수 4131 추천 수 0 2003.04.01 16:38:57
한바다 *.108.209.55
라나마 마하리시의 아시람에서 봄베이 근처에 있는 뿌나까지는
버스 기차 합쳐서 약 하루반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인도 열차 여행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경험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특히 남부에는 영어도 제대로 쓰여져 있질 않아서
역으로 가더라도 어느 차가 목적지로 가는지, 또 어느 칸으로
가야할지 막막할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묻는 사람마다 다 다른 대답을 하니....

에어컨 없는 2등 객석을 타고 가는 여행길은 사실 불안했다.
하지만 타고보니 별 위험이 없어보였다.
밤이 되어 세째칸에 있는 슬리퍼로 올라가 잠이 들었다가
문득 깨어났다.
2시경...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 다만
기차만이 깨어서 앞으로 앞으로 달릴 뿐...
마음깊은 곳에서 불쑥 의문이 일어났다.
내게 무엇이 남았는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동안의 삶이란 ..그냥 환영처럼 지나가버린 꿈이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빈몸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고 아름다운 밤이
내게 남아있었다. 지금 여기....세상에서
이것을 내게 뺏어갈 수 있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
하하하.....

갑작스럽게 배낭까지 합쳐 이 좁은 잠자리가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질 수 없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어둠속에
지금 여기의 공간에
싱그러운 미지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바로 바람이었다. 바람은 자유로우니
머물지도 않고 어디로든 간다.
바람은 생명을 가득 싣고 움직이나니...
나는 그리고 이 밤의 어둠이며 침묵이며
기차의 정적이며 그것을 담고 있는
신비로운 공간 전체이다.
그 공간은 바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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