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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편지를 읽고서

조회 수 8485 추천 수 0 2011.06.26 15:19:26

옛 메일을 정리하다가 2002년 월드컵을 예언하던 시절에 찾아왔던 순수하고

열렬한 구도자 청년과 주고 받았던  메일이 있어서

올린다.

 

당시 나는 봉천님과 가족이 살고 있던 뱅쿠버에 잠시 머물고 있었는데

그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지만 잘 구해지지 않는다며 내게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해주던 기억이 난다.

글을 읽다보니 요즘 의식이 너무나 선명하고 맑아서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던차

왠지 가슴이 따듯하고 뭉클해져서 올려본다...

 

 

 

 

 

 

몽상에 빠진 저에게 正道의 혜안을 열어 주신 선생님께 엎드려 무한한 감사의 경배를 올립니다.

 

이른 새벽부터 내린 봄비에  대지는 아늑한 평화를 누리고 꽃망울과 잎새는 푸릇푸릇 생기를 더하며 한바탕 어울려 한 폭의 춤사위를 그리는 듯합니다.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生面不知한 귀인의 陰德을 입어 내일 자로 입사를 허락 받았습니다. 근무지는 마포로 불교방송국 맞은 편에 있는 주거상가 복합빌딩으로 건물전체의 쓰레기를 담당하는 미화원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어머님에 이어 선생님께 이 기쁜 소식을 먼저 올립니다. 모두가 선생님의 가없는 따듯한 보살핌의 덕분입니다.

 

사모하는 선생님 !

 

너무나 귀하신 시간을 선뜻 내시어 어리석고 몽매한 저에게  보내 주시는 선생님의 너무도 따듯한 격려와 편달에 말문이 막히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저는 선생님께 대한 변함없는 結草報恩과 白骨難忘의 굳은 마음만이 더욱더 깊어질 뿐입니다.

 

이번 일을 겪어 내면서 제가 너무나 철저히 숨겨 왔던 마음의 장신구들이 얼마나 교묘하고 오묘하게 치장되어 있는지를 너무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虛名 그대로 너무나 허망한 文字見成에  얼마나 지독히 경도 되어 살아왔는지 ....  너무나 적나라에 저의 모습에 살아온 모든 삶이 무너지는 듯 ....   저는 너무나 당당히  너무도 예쁘게 몽상의 모래성을  쌓고 또 쌓아 왔던 것입니다.

 

富貴榮華에 찌들린 모든 집착과 번뇌를 미련 없이  훌훌 털어 버리고  삶이 주는 모든 희비극을 당당히 맞서 맞닥뜨려 나가겠습니다. 아름다운 기회가 주어지기를 한없이 마냥 바라고 ...  功名을 얻기 위해 虛名을 쫓던 그 모든 지난 삶을 깨끗이 청산하고  虛心坦懷하게 참자기와 마주 서겠습니다.  

 

미화원 업무를 수행시  마치 제 몸에 낀 때를 닦듯이 하고   제집 안방을 행주로 깨끗이 닦고 쓸 듯이   정성과 사랑을 쏟겠습니다. 주어진 삶을 진실로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

 

不死鳥처럼 다시 살아나 마침내는 저 푸른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겠습니다 !!!

 

너무나 보고 싶은 선생님 !

 

다시금 삶이 저에게  힘들고 괴롭고 외로움으로 다가오면  선생님이 저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내려 주신 소중한  法語들을  宗旨로 삼아서  꺼리김 없이  精進해 나가겠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선생님께 대한 무한한 감사와 헌신의 마음을 한 움큼이라도  담을 수 없는 이 무정한 문자가 오늘 따라서 너무나  야속하게만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자혜로운 목소리가 너무도  듣고 싶은  봄비 내리는  오늘입니다 .... ... 

 

귀국하시는 그 날까지  늘 건강하시고  항상 무탈 하심을 두 손 모아 합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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