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강의가 있어 아침에 차를 빼다가 뒤에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보지 못하고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운전자는 아주머니였는데, 무척 난감해하였고,
나 역시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 난감해하다,
강의시간이 더 중요했기에 일단, 명함을 주고 받고 헤어졌다.
뭐, 가볍게 긁힌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또 사고에 대한 걱정으로 강의에 영향을 줄까 걱정에 쉽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상대편 차 견적이 칠십만원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렌트비용까지 하면 몇십만원이 더 든다고 한다.
결국 보험처리를 했는데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그 자리에서 그 아주머니와 따지거나 보험사를 불렀다면
과실여부를 좀더 확실하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와,
아무리 그래도 동네사람인데 슬쩍 긁힌 차를 가지고
그 정도의 견적을 뽑아 아주 새차를 만들려고 작정을 했는지
하는 원망들이 나를 속상하고 억울하게 만들었다.
강의중이라 내가 처리를 못하고 진여가 보험사를 통해서 일을 처리했는데,
진여역시 속상함이 남아있었다.
그 사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다, 진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 말이 큰 깨달음을 주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뿐 아니라 사실 많은 것들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꽤 행복했었다.
살아가면서, 가지는 것이 조금씩 늘어나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더 생겨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삶의 행복을 혹시 낭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과거에 비해서 정말로 많은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으면서
그 풍요로움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당연함으로 인식하고,
내가 지금 갖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내 삶을 부정하고 있지는 안았는지?
하는 반성들이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이 사고는 정말 일어나야만 할 사고 였다.
집에서 나오기전 물 한 잔을 덜 마셨더라면...
약속을 평상시처럼 열시정도로 했다면,
차에 타기전 트렁크안의 구두를 갈아신었더 라면,
(그런 의도가 올라왔었는데 무시했다)
네비게이션을 좀 나중에 맞추고 먼저 출발 했더라면...
그리고, 도대체 내가 왜 뒷 차를 못봤을까? 등등등...
우연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며 하나의 필연을 만들어낸다.
그 필연은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일어나야 할 일이기에
어쨌든 일어난 것이었다.
모든 일어난 사건들은 존재적 차원의 의미와 교훈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큰 교훈 몇가지...
운전을 더욱 조심하고, 혹 사고가 났을시 먼저 보험사에 연락한다.
이런 사건도 다 내가 풍요롭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먼저 감사하고,
사건에 대해 큰 중요성을 두지 말고 평상의 삶의 흐름을 회귀한다.
큰 중요성을 두고 해석하다보면 부정적 스토리들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이후의 삶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낸다.
가지면 가질수록 신경쓰고 조심하고 의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여기의 풍요로움을 감사함으로 누리는 것이다.
사고 후에 진여에게 전화를 하자,
진여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놀랐겠다, 괜찮아요? 내가 보험사에 전화해서 알아볼테니
신경쓰지말고 교육에 집중하세요. 잘했어요~~~걱정하지 말아요.
진여와의 통화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교육내내 잠재의식에 사고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지,
마음의 잘 안 풀려 힘들었는데,
다행이 마지막 모듈에 가슴이 크게 열리며 모든 교육생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연출되었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