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의 질은 곧 관계의 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계에 성공적인 사람들은 관계가 고통이 원인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자기를 더 깊이 알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지로 관계는 정확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관계를 통해 우리는 자기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고통 받고 서로 사랑했던 관계가 어렵고 힘들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 원인을 찾는 다면, 그건 갈등의 원인을 상대방에서 찾고 그것을 정당화 시키는 마음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이상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다 현실적 관점으로 마음이 안착하면 그때부터는 결점 없어 보이던, 심지어 결점마저 아름다워 보이던 상대방의 문제들이 나의 의식권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에게 보여지는 많은 문제들이 아쉽고, 마음에 걸리고, 때로는 짜증으로, 분노로 경험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적 경험들을 정당화시키는 많은 판단들이 내면에서 올라오게된다.

내면에서 올라온 자신의 판단을 의심 없이 수용하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여길 때 우리는 관계의 수렁에 빠지게된다. 마음은 계속적으로 저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우리를 설득시킨다. 그리고 저 사람의 문제를 내 마음의 틀에 맞추어 고쳐야 한다고 부축인다. 그렇지 않으면 아쉽고, 억울하고, 미래가 불안하고, 관계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유혹한다.

관계성에 깨어있지 못하면 이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리고 마음이 유혹하는 대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되며, 나의 이 행동을 통해 관계는 더욱 악화되다. 그리고 상대방은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된다. 왜냐하면 내가 이미 그 사람은 그러한 관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마음에 저항과 반항심이 들도록 부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절대로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변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보이거나, 그랬으면 좋겠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내적동기와 선택에의해서 만이 우리의 변화는 지속적이고 성공적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가족에게, 연인에게, 직장 동료에게, 친구에게, 도반에게, 사회 인사들에게 반응하는 우리의 보편적인 마음현상이다.

문제는 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내가 지금 저 사람에게 내고 있는 판단의 마음이란 것을 스스로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위치에서, 역할에서, 나와의 관계역학 속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자기 주장이 저 사람과 나와의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 하고 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관계의 질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의 마음이 그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즉 판단이라는 에고의 주장에서 벗어날 때 마음은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며 그 상태에서 바라보는 대상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움과 원망이 연민과 용서로 변화되는 순간이다. 비난과 충고가 후회와 반성으로 변화되는 순간이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겸허함과 감사함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이것은 상대방의 변화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내 마음의 상태가 변화되는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진실된 경험이다. 이 경험이 우리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던 오래된 상처받은 감정들을 녹여낸다. 기적 같은 일은 내 가슴이 녹아내릴 때 그것과 관계되어 있는 대상의 마음에서도 무언가가 풀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관계의 질은 변화시킨다.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가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마음의 바탕에서 참된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대화의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화의 질이 결정된다.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배우기 위한 과정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상대방을 통해서 내가 경험한 나의 내적 진실을 상대방에서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진실과 진실이 만날 수 있고, 존재와 존재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리게된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매우 창화적이다. 조화로움을 깨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낼 수 있다.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독단적 오류에 빠지지 않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상대방이 경험한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진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의 말과 태도를 통해서 상대방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독선적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서로 책임을 전가해서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겨난 상황에 대해서 상호 일정부분 제공한 원인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며, 이 원인들을 합리적 소통과 협상으로 해결하고 미래에 더 나은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게된다.

우리는 서로 개별적인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내 마음의 상태가 상대방의 마음 상태에 영향을 준다. 상대방의 마음 상태가 나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그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고, 또 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당신일 수 있다는 진리가 아주 명료해진다. 한 사람도 허투루 만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존재의 분신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순간 미움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그 미움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보다 쉽게 용서할 수 있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다시 태어난다.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과거의 상처를 투사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는 사랑과 연민으로 채워지고, 우리는 다시 만나서 연결될 수 있게 된다.

현대인의 가장 큰 불행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마음을 잃어버린 데서 온다고 볼 수 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연결성을 되찾는 것, 다른 어떤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이 괴롭히던 급우가 자살을 해도 자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 같은 아이들을 양산한 이 사회가 시급히 회복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