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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착각

조회 수 5585 추천 수 0 2009.10.17 10:41:04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들은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오해와 착각은 실제 일어난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갈등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실에 대한 잘못된 견해와 이를 서로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는 서투름으로 갈등을 맺는 것을 말한다. 결국, 진실이 아닌 마음속에 비춰진 허상에 의해 불필요한 갈등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괴로워하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타인을 원망하면서 생의 소중한 행복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상은 어떤 의미에서는 삶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기술을 익히는 작업이다. 우리 마음에 비춰진 수많은 오해와 착각의 상들 넘어 있는 그대로의 여여한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마음의 훈련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볼 수 있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는 자각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의 마음의 틀, 패러다임, 경험, 믿음, 가치관등에 비춰진 왜곡된 모습을 보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그것이 나의 마음에 비춰진 하나의 이미지이며 이것은 나의 견해고, 상대방의 마음에 비친 이미지는 다를 수 있기에 그 사람의 견해도 옳을 수 있다는 수용성을 갖고 관계를 대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자신의 견해를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그것과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방의 입장을 잘못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모 회사의 강의를 하는데 내 강의를 도와준 진행자가 교육생들과 강의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강의장 뒤쪽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음악만을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뭔가 중요한 일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갔는데 한 모듈, 두 모듈이 끝나고 나서도 그의 태도는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저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구나! 다른 강사가 강의할 때는 저렇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텐데, 이제 내가 외부강사가 되니까 날 우습게 아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올라왔다. 평상시 같았으면, 이러한 생각을 잠시 무시하고, 강의에 집중하며 좋은게 좋은 거지 하는 마음으로 넘어갔을 텐데, 이 날은 교육생들도 산만하고 나도 내 안의 존중 받고 공정하게 대우를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들어 그 친구에게 다가가 쉬는 시간을 빌어 이렇게 말했다.

S팀장 바쁜가 보지?

아 예, 지금 음악을 좀 정리하고 있어가지고요..그는 약간 겸연쩍은 듯이 대답을 했다.

사실 난 지금 조금 힘들거든, 교육생들도 유난히 산만한 대다가…
자내와 내가 오랜만에 한 팀으로 강의를 하는데,
내 강의에 무신경 하는 것 같아 좀 섭섭해!      

이 말에 그 친구는 놀라며 사실 자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나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사실 이 회사는 다른 강사님이 와도 너무 산만하고 교육담당자도 거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라, 그리고 자기가 보기에는 타 강사님의 시간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아 마음을 놓고 있었다며...나에게는 변명처럼 들리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내 맘에는 들지않지만 어쨌든 이 친구 입장에서는 그럴 수 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사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강의가 소중하고, 가능하면 그런 상황에서도 함께 마음을 모으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라고 나의 의도를 전달했다.

그 후로, 강의에 참여하는 그 친구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지고, 강의는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것들이 생각이 났다. 과거 같으면 그 친구를 어떻게 대했을까? 그러한 태도에도 대범한 척 괜찮아 편안히 있어! 이런 말을 하며 속으로만 답답해 하거나,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날 무시 하는 거야? 하는 비난의 말로 관계를 더욱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내가 당장 그 친구의 태도에 대해 상급자의 권위로서 비난을 하면 당장은 내 앞에서 태도의 변화를 보이겠지만 그 친구와의 인간적인 신뢰와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따뜻한 배려의 관계는 심한 상처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일어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일어난 사실은 S팀장이 내가 하는 강의에서 뒤쪽에 앉아 2시간 동안 노트북을 보았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 친구가 강의에 몰입을 하지 않는군, 나를 무시하는 것 아냐? 하는 거였다. 나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난 해석을 스스로 의심해 보고 그것을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당사자에게 가서 확인을 해본 것이다. S팀장에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며 나의 감정과 견해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이다. 첫째는 내 안에서 일어난 마음의 갈등과 견해를 있는 그대로 확인함으로써, 내 안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의 상태, 나의 섭섭하고, 강의에 대해서 불안하며, 더 잘 하고 싶다는 욕구와 감정을 상대방이 알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태도를 서로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어난 사실과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인 수 많은 분별과 판단과 견해와 감정, 그리고 그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욕구들을 스스로 명확하게 바라보고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마음의 필터에 의해서 왜곡된 이미지로 경험하는 것을 넘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각력을 길러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서는 갈등의 상황을 지혜로운 방식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여 새로운 창조적이며 상생적인 관계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인격적인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인적 관점에서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홀로 마음의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고요히 내면의 생각을 바라보고 초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계의 역동성을 통해 찰나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의 미묘한 허상들을 잡아내에 이를 사랑의 눈으로 관조하고 용기있게 갈등의 상황을 진실한 마음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 대상과 만날 수 있는 지혜가 우리 내면에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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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폐마예인

October 17, 2009
*.220.137.28

일여님! 표정이 생생하게 떠올라 공감 109%입니다*^^*
자각하여 보지않으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일상인 것 같아요~~
가끔 선명할때도 있지만 심층의 진실을 헤아리기가 쉽지않기도 하고..
환절기 건강 잘챙기시고..환한 얼굴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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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사리향

October 17, 2009
*.55.145.125

오해와 착각은 내 자신이 피해자이고 상대방은 가해자라는 양상을 만들어내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결국 상생의 관계까지 만들어내서 행복을 창조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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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October 26, 2009
*.220.146.50

자기 내면의 일어나는 현상들, 생각, 감정, 느낌등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직면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깨어있는 자각의 힘과,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수용성, 그리고 그것들의 숨어있는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빚어내는 모든 허상 너머의 불변의 진리와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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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한바다

November 05, 2009
*.44.189.14

깊어가는 가을처럼
일여님의 통찰이 깊어져가는 모습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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