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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와의 만남

조회 수 11564 추천 수 0 2010.09.02 14:40:33

최근에 이가 안좋아져서 치과에 다니고 있다. 사실 몇 년전부터 사랑니에 문제가 생겨서 다녔어야 했는데 치과를 무서워하는지라 이런 저런 핑계로 계속미뤄왔던 것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치과 신세를 지게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있다면 그 중하나는 치과다. 마취를 해도 이를 가는 기계음과 갈고리로 이빨을 뜯어내는 듯한 고통을 긴장 없이 참애내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이치료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좀 챙피하지만 그래서 이치료를 받을때면 나는 늘 긴장하는 것 같다. 의사선생님이 다가와 입을 벌리고 마취주사를 넣을때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가슴은 긴장으로 두근 거린다.


이 순간 깨어 있어야지,

있는 그대로 피하지 말고 이 모든 고통스런 감각을 수용하면서 바라보는 거야,

고통은 내가 고통이란 이미지를 들고 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것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 그 감각과 함께 있으면 곧 사라지고 말 하나의 느낌일 뿐이야...


이러한 자기 암시는 이내 실패로 끝나고 나는 의사선생님의 치료에 반응하여 순간 순간 신음을 내며 움찔 움찔 긴장하고 고통스러워질 까봐 두려움에 떠는 연약한 환자가 될 뿐이다.


이런 내가 안스러웠는지, 어느날 가장 중요한 오른쪽 어금니 뒤쪽의 사랑니를 시술하기 전잇몸에 마취주사를 넣으며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긴장 풀으세요...(저도 그러고 싶어요...난 입을 벌린채 속으로 대답했다)

긴장 한다고 시간이 빨리 가는 것 아니잖아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그런데 환자분들이 그걸 잘 모르고 자꾸 긴장하더라고요...허허! (순간 나는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의사선생님의 말을 고분 고분 잘 듣는 척 했다.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시면 불쌍한 내 치아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하면서 말이다.)

그리곤, 몇 번더 긴장을 풀라는 말을 하고,

인정사정 없이 나의 사랑님를 자르고, 깨고, 부셔서 결국 뽑아내고 말았다.


워낙 실력이 있는 분이시라 시술에는 의심이 없었지만, 돌아와 생각해 보니 의사선생님의 말이 재미있었다. 긴장을 풀어야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틀린 말이 아니고, 특히 의사 입장에서는 긴장하는 환자를 안타까워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는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몸과 마음이 긴장되는 것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한 현상이어서, 오히려 그 말이 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긴장을 푸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약 의사선생님이 그 말을 이런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환자의 감정을 읽어주며... 긴장되시죠? ( 네 맞아요 긴장되어서 힘들어요...)

원래 다들 긴장하세요...치아를 뽑는 것이 고통스러울까봐 두렵거든요..

(아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구나, 안심이 되네...)

오래걸리지 않을꺼예요...그리고 마취를 했으니까 고통은 없을 겁니다.

(아, 그래 정말로? 한번 해볼만 한데...)

자 호흡한번 해보세요...숨을 크게 들여마시고 내쉬세요...그리고 긴장이 풀립니다. (어...정말 긴장이 풀어지네... 이 선생님께 한번 모든 것을 맏겨봐야 겠다)


하나의 가정이지만, 우리가 마음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패턴은 언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긴장, 불안, 두려움, 분노, 걱정, 수치심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어떤 상황을 통해서 경험되어지는 매우 자연스런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부정적 감정들이다. 부정적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감정을 느끼는 것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붙인 의미이고, 사실 감정 그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감정과 느낌들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전해주는 일종의 신호체계로서 있어야만 하는 의미를 갖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러한 감정과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만나서 잘 경험해 준다면 그러한 감정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하나의 흐름으로서 새로운 느낌과 감정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그런 느낌을 느끼는데 저항한다는 것이다. 즉, 일어난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감정에 대한 우리의 감정반응이 그 감정을 흐르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하나의 증상으로서 우리 삶에 계속적인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약간 비약적인 가정일지는 몰라도, 치과에서 긴장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긴장하지 않는자가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은, 긴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긴장하고 있구나,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를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신이 긴장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긴장하는 것을 긴장하고 부끄러워하여 결국 그 긴장이 몸과 마음속에 해소되지 않는 상태로 축적되어 이후의 삶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도록 내 마음을 부정적으로 프로그램시키는 한 과정이 될 수 있다.


모든 문제는 결국 자신의 문제지만, 그리고 그것은 내가 나를 어떤 존재로 바라고고 있는가 하는 관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우리는 상대방과의 소통과 대화방식을 통해 이러한 관점을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며 상호교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하는 말 한마디, 경청과 공감의 과정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치과의사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의 마음과 소통에 대해서 간단하지만 매우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참고로 여전히 나는 치과를 무서워한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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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덕주

September 07, 2010
*.25.240.32

일화님 참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도 안과 의사로서 눈수술을 할 때,  떨지 마세요. 하면


환자들이 더 떨더라구요.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자! 눈 수술 할때는 많이 떨림니다. 덜덜덜


떨면서 수술하시는 거예요. 마음껏 떠세요. 눈수술 얼마나 무섭습니까. 저도 수술 받아봤는데


정말 떨리더라구요. "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환자가 자신의 부끄러운 감정을 이해받을때


신뢰와 안심이 생긴다는 원칙!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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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September 08, 2010
*.64.104.168

환자의 불안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받아주고 치유하는 중에 일어나는 신체적 증상들의 회복율을 참으로 놀라운 것 같습니다. 마음의 공감이 일어나면, 자기 안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과 생각들이 정화되고, 의사와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생겨, 우리의 자율신경을 회복시키며 몸의 자연치유력을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눈을 통해 환자의 마음까지 다스려주시는 참으로 명의이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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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진법

September 21, 2010
*.247.149.70

일여님 역시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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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September 24, 2010
*.64.104.168

진법님 사진이 참으로 자상하게 나오신것 같습니다. ^^

터키여행은 즐거우셨는지요? 

조만간 청도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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