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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상처치유

조회 수 11884 추천 수 0 2010.12.24 08:49:57

명상과 상처치유

 

명상 중 무아를 체험했더라도, 의식이 지금여기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분리를 경험하고, 그 분리 속에는 과거의 상처들이 현실을 왜곡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있는 그대로 대상과 만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마음이 관점을 붙들고 있는 한 있는 그대로 대상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과거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필터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로 대상을 해석하고, 그것과 만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진리에 가깝다. 숭산스님이 오직 모를 뿐의 화두를 강조한 것은 마음이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진리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바로잡아주기 위함이다. 모르는 마음은 우리를 진리에 깨어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무언가를 안다는 상에 쉽게 빠진다. 마음이 안다는 상에 빠지는 순간 대상을 판단한다. 판단은 고정화할 수 없는 진리의 세상을 마음이 만들어낸 이미지로 고정화하여 붙잡아두려는 에고의 집착이다. 문제는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판단을 우리가 의심하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인다는데 있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써서 자신의 마음을 관조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판단들을 하고, 타인이 만들어내는 판단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혹은 판단하며, 그 판단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와 이미지에 억압되고 구속되어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의 깊은 상태를 체험하고 나서도, 깨어있는 마음을 놓치는 순간 우리는 안다는 마음, 즉 판단에 빠진다. 자신의 체험한 깊이의 잣대로 타인과 세상과 자기 자신을 분별하기 시작한다. 판단하고 분별하는 순간 마음은 분리가 일어나고, 우리는 고통을 체험한다. 이때 경험하는 고통은 정당성을 가장한 분노 혹은 연민으로 위장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다. 분노가 정당성을 가장한다는 것은 내 마음의 분노가 마치 정의로운 것 같은 느낌을 에고에게 전해준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분노를 의심하지 않는다. 위장된 안타까움이 자비 혹은 사랑의 신성과 다른 점은 자비와 사랑은 무의식적인 이타적 행위로 이어져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적적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반면 안타까운 마음은 대개의 경우 자신의 에고적 욕망만 강화(나는 착하다, 나는 선하다, 나는 옳다 등등의 자기 이미지)시킬 뿐, 현실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한다.

 

판단이 나쁘지는 않다. 우리는 판단하지 않고 살수가 없기 때문이다. 판단 그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사실 판단을 내려놓으라는 것 역시 하나의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대상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어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인식이 결여되면 자신의 판단에 에고적 집착이 달라붙어 자신의 판단과 다른 현실세계를 수용하는데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저항에서 고통이 창조된다.

 

자신이 한 관점이 옳다는 주장을 들고 있고, 그 주장은 진리의 세상을 해석하는 내가 취한 하나의 의견, 판단, 생각일 뿐이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때, 우리는 판단에서 좀 더 자유로와질 수 있다. 그리고, 대상을 고정된 이미지로 대하는 대신에 어떤 가능성을 지닌 변화와 온전함의 주체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린다. 이 마음을 훈련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이 마음은 정체된 삶에 새로운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준다. 이미지가 흘러가고 이미지 대신에 살아있는 생명의 창조적 공간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살아나기 시작하며 희망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린다.

 

외부의 세상이 물질적 욕망의 추구로만 극단적으로 치우치다 보니, 이러한 흐름에 환멸을 느껴 마음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반작용적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추구는 옳고 물질적 추구는 그르다는 이분적 가치판단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진리는 이분법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이것을 옳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저것이 그르다는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면 분리가 잃어나 마음은 또 진리에서 멀어진다.

 

명상을 통한 진리의 가치는 이런 이분법을 넘어선 제 삼의 관점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온전하게 취하여 다른 하나를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 안에서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이 되는 것이다. 큰 사랑 안에서 그 반대극성마저 사랑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이 마음을 얻는 것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명상을 하게 되면, (사실 모든 사람들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지만...) 그 상처의 깊이만큼이나 현실이 힘들어져 이 현실을 모면하는 방편으로 명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때 명상은 본질적 가치에서 벗어나 하나의 도피처나 방편으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

 

상처는 우리가 상처받았다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것은 과거의 것이고, 그것은 죽은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서 그 꿈에 경험한 힘든 경험을 상처로 간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는 우리는 그 사람을 어리석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경험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깨어난 마음에서 과거의 상처는 환상이다. 그것이 깨어난 존재를 괴롭힐 수가 없다. 명상을 그것을 스스로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그러나 마음이 잠들면 마치 좀비의 환영처럼 상처는 되살아나 우리를 괴롭힌다.

 

깨어있는 공간에는 상처가 존재할 자리가 없다. 과거의 상처에 의존해 자아를 구축할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처마저 아름다운 배움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며 그 과정을 통해 경험된 소중한 사랑의 지혜만이 청명하게 인식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대부분은 잠들어 있다. 매 순간 깨어있는 마음은 궁극의 가치이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상처 치유가 필요하게 된다. 상처 치유는 상처를 상처로 인정하고, 자기 마음속의 과거기억들로 인식을 더듬어 들어가 과거에 형성되었던 부정적 기억들을 용서와 사랑의 마음으로 포용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인식적 명상에만 집착하다 보면 가슴이 살아나지 못한채 머리만 커질 수 있다. 그것이 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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