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Controler Right Corner
Promotion Bottom Right Corner
96

갈등의 본질

조회 수 5350 추천 수 0 2012.11.13 23:02:14

갈등의 본질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이 분은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독학으로 외국 유학까지 가서 힘들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성공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다른 사람에게 많은 인정과 존경을 받는 사회적으로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삶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으나, 유달리 아들과의 관계가 이분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성향과는 달리, 아들은 삶의 뚜렷한 목표도 없고, 추구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삶의 소중한 시간과 자원들을 탕진하는 것이 주된 일이였습니다. 이 분은 아들을 변화시키려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습니다. 회유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고, 혼도 내보고, 때려도 보고, 심지어 집 밖으로 쫒아도 봤지만 자신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삶의 태도는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아들의 일관된 태도에 이 분은 크게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 과정으로 인해 생긴 심적 고통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자식을 잘 못키웠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수치심과 좌절감을 깊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분의 마음속에는 아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수 많은 스토리와 생각과 판단들이 숨어 있었다. 자신은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으며, 필요한 모든 사랑과 좋은 환경에 아낌없이 제공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은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불만하며 부모에게 반항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분노하고, 원망하고, 가족이 힘들어하는 원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면서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강요하는 것은 이 분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의로운 일이었다. 당연히 아들은 잘못했고 엄마인 나는 올바른 것이었다. 게다가 잘못된 행동과 태도를 교정하기 위해 자녀를 처벌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들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당연한 진리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반면 아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아들은 엄마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자신이 오히려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들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잘 못한 것 이상으로 엄마가 자신을 처벌하니까 그것에 대한 반발심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자신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이러한 태도에 엄마는 더 화가 났다. 그래서 더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그녀는 더 공격적인 말로 아들을 비난했고, 과도한 행동으로 학대했으며, 아들에게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상처를 받고 반성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태도에 아들은 더 좌절했다. 그리고 엄마의 기대와는 다르게 더 반항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고 믿고 있는 부모의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아들은 자기도 자기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자기 삶에 꿈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일도 없어져 버렸다고 하소연 했다. 엄마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연결성이 끊어지면서 자기 인생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자기 삶의 미래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 학업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자기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무의미 하게 탕진하고 있었다.


엄마는 매우 사교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르며, 항상 긍정적인 태도와 상냥한 미소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 문제에 대해서만 이성적으로 대하기기 힘들었다. 아들을 마주 하면 항상 불만과 걱정과 실망과 분노가 마음을 점령했다. 아들 역시 밖에서는 쾌활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 성격이었다. 그러나 엄마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좌절과 분노로 반항하고 있었다.


엄마에게는 엄마로서 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판단과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아들도 아들 입장에서 엄마를 알고 있고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과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엄마는 아들의 생각과 의도를 잘 알고 또한 어떻게 행동할 지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들 역시 자신의 스토리를 통해 엄마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갖고 있는 판단과는 달리 엄마의 마음속에는 아들이 알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숨어있었다. 또 아들의 마음 속에는 엄마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더라고 간과하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깊은 좌절과 상처 동시에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충실하지만 서로를 삶이 짐이라고 생각하는 두 모자는 상대방의 상처난 겉마음 속에 있는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자기 안에 깊이 숨어있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한 사람은 자신의 기대와 반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절망과 분노만 가득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큰 좌절과 외로움 그리고 분노만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관계에서 갈등이 깊어질 때 서로에 대한 사랑은 오해와 착각을 통해 상처로 전환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창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그만 갈등들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 대한 큰 상처와 실망으로 서로에게 각인 되는 것이다. 엄마는 아들이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상처를 받아 아들의 더 깊은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주지 못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아들이 자신에게 더 반항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아들은 자신의 행동과 삶을 통제하려는 엄마의 간섭을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했다. 그리고 그 간섭 뒤에 숨어있는 엄마의 깊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에 대해 더 미워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충동적으로 보이며 엄마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외로워하고 있었다. 마치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유아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잉 행동을 보이는 것처럼 아들은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엄마의 관심을 끌기위해 반항하는 무의식의 그림자가 숨어 있던 거였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지만 각자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스토리는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해가 생기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깊게 겪는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하고, 내가 사랑하거나, 나를 깊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의 대상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결점을 고쳐주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부족한 점, 나의 실수를 받아 줘야 한다는 무의식적 기대가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충동과 기대가 사실 우리의 소중한 관계를 더 힘들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현실로 끌어들인다. 역설적인 이 진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기대대로 자녀가 자라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집착해, 자녀를 보면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자녀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긍정적 모습을 발견해 이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자신의 두려움을 자녀에게 투사해 자녀의 문제를 지적하고 교정하려 시도한다. 그러다 잘 안되면 자녀를 비난하고 처벌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난과 처벌은 마음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저항 하는 하는 것은 지속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서 바라는 행동과 태도의 대게의 경우 교정이 안되고 지속된다.  결국 우리가 걱정하는 모습대로 자녀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관계의 변화는 나를 통해서 일어난다. 내가 변하지 않고서 관계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는 문제가 없고 상대방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자신은 변화하지 않고 상대방만을 변화시키려고 수많은 노력을 시도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노력은 대게 폭력적이게 된다. 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경험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단죄한다. 그 사람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하고 오해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상대방과의 진정한 교감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상대방과 어떻게 마음으로 깊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기대와 의지대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관계의 갈등을 지속시키는 것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판단과 스토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스토리는 결국 자기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서 자기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삶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아이러니가 지속되게 될 것이다. 







profile

[레벨:7]폐마예인

December 01, 2012
*.44.69.63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고 일여님의 글을 읽다가

에너지가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요즘들어 생각과 마음의 작용으로 빚어지는 인식의 오류가

사실을 얼만큼 왜곡시키는지 절감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나아가서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로 겪는 갈등에

올려 놓으신 글을 통해 충분히 공감합니다.

일이든 관계에서든 마주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이나 특히 습관적인 판단과 해석을

제로로 두는 훈련을 실험하고 있는데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하네요~

사실을 만나지 못한채 흘려보낸 시간앞에

미안함과 망연함을 겪기도 하지만

조금씩 깨어나는 자각의 빛에 안도하기도 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쑥쑥 자라고 있을 강아지들 생각에 흐믓해 집니다.

모두 건강한 겨울이되시길 빌며...(*)...

 

 

 

 

 

 

profile

[레벨:8]일여

December 05, 2012
*.14.170.230

맞아요~ 매 순간 깨어있지 못하면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인식의 오류, 판단등에 의해서 마음은 거칠어지고,또 다시 고통속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습관적인 판단과 해석을 제로로 두는 것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요체인데, 실제로 해보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인님 대단한 내공이십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인데, 작업환경이 좀 춥다고 하니 건강이 우려됩니다. 틈틈히 붓다요가 하시고, 몸운동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강아지들은 아주 아주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쁨의 원천임을 매순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항상 행복하고, 깊어지고, 건강해지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하나님 나를 깨우시네 [3] [레벨:8]일여 2015-01-10 5018
75 고통은 우리 마음의 문제다. [1] [레벨:8]일여 2014-12-26 4921
74 애도 .. 집단무의식의 각성 [6] [레벨:8]일여 2014-04-26 15284
73 삶이 우리를 속일 지라도 .. [2] [레벨:8]일여 2014-04-26 5076
72 사랑은 나를 넘어서게 만든다. [8] [레벨:8]일여 2014-03-18 4888
71 마음의 공든 탑 [3] [레벨:8]일여 2014-03-09 4748
70 양심과 자존심 사이 [2] [레벨:8]일여 2014-02-18 4683
69 Love is the source of your life 사랑은 그... [1] [레벨:8]일여 2014-02-06 4700
68 마음속 빈 공간 [레벨:8]일여 2014-01-14 4557
67 사랑의 미소와 하나되기 [5] [레벨:8]일여 2013-10-20 5046
66 집단 깨달음의 역설 [3] [레벨:8]일여 2013-10-17 5014
65 Only Don't Know [2] [레벨:8]일여 2013-10-12 4613
64 힘들어도 괜찮아 [8] [레벨:8]일여 2013-10-10 5068
63 나는 어떤 마음속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가? [5] [레벨:8]일여 2013-01-14 6141
62 정치와 명상 [2] [레벨:8]일여 2012-12-17 5564
» 갈등의 본질 [2] [레벨:8]일여 2012-11-13 5350
60 사랑 -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감정 [3] [레벨:8]일여 2012-11-09 5462
59 부러움 -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하는 추진력 [레벨:8]일여 2012-11-09 5432
58 슬픔 - 이미 지나간 상처를 치유하는 애도의... [5] [레벨:8]일여 2012-11-09 5933
57 두려움 - 실제하지 않는 환상이 만들어내는 ... [레벨:8]일여 2012-11-04 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