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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를 넘어서게 만든다.

조회 수 4887 추천 수 0 2014.03.18 00:17:36

작년 2월에 거제의 대우중공업 강의를 갔다가 강의 중에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고, 숨이 가파오고, 어지러워지더니, 급기야 서있지를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일이 있었다. 처음 있던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고 놀랬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앉아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는 거였다. 나중에는 앉아서 이야기 하는데도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멍해져서 강의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됐다.

 

황당했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이제 더 이상을 대중 앞에서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교육생들에게 워크숍을 시키고, 밖에 나가 심호흡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 좀 나아진 듯싶다, 안에 들어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다시 어질해졌다. 강의를 그만두고, 병원에 갈까? 그러다 몸이 안 좋다는 소문이 나서 앞으로 진행되는 강의에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 상황 속에서도 나는 몸에 대한 걱정보단 생계에 대한 불안을 더 크게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상황 속에서 9시간의 강의가 무사히 끝났다. 마지막 인사하고 돌아 나오는 순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가슴속 저 밑에서 뜨겁게 올라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올라탄 순간 다시 어지러움이 시작됐다. 의식은 끊어질 듯한데, 혼자서 견뎌내야 했다. 핸드폰에 저장된 아이들의 동영상이 보고 싶어졌다. 영상 속에서는 맑은 웃음소리와 순백의 환한 미소가 가득한 쌍둥이의 천진난만함이 들어있었다. 그 영상을 보는 순간 괜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아!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구나, 더 이상 바랄 수 없이 가장 기쁘고 감사한 것이구나,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 그것에 최고의 행복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절절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내가 울타리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다시 신을 찾고 있었다.

 

서울에 밤 11시쯤 내린 나는 다시 고민했다. 병원으로 갈 것인가? 집으로 갈 것인가? 좀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의식이 다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금강님께 힘겹게 전화를 걸었다. 신기하게도 나의 상태를 바로 알아보셨다. 황금색 장미를 심장에 갖다 대보라는 주문에 의식을 두었더니, 심장이 팍하면서 무언가가 풀려나가는 듯 했다. 이제 심장이 좀 이완되기 시작했네요, 괜찮을 거예요, 마치 나를 앞에 두고 보시는 양 던지는 그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다시 눈물이 흐르더니 이내 호흡이 안정되지 시작했다.

 

다음날 병원에서 다양한 종합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특이사항은 없었다. 다만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이라는 애매한 답변만 들었다. 이틀 정도 쉬고 나니 몸이 좀 회복되는 것 같았다. 홀로 앞산에 올랐다. 몇 일 뒤부터 또 강의가 시작되어, 체력을 보강하고 싶었다. 산에 오르는데 또 다시 심장이 뒤쪽에서 팍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생명, 생명, 생명...아득한 곳에서부터 외치는 생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 생명이 구나, 생명이 구나, 생명이 사랑이고, 사랑이 생명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심장으로부터 전해졌다. 생명이 사랑이구나, 만물이 생명이구나,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것이 살아서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고 감사한 것이구나! 그날 나는 몇 시간을 생명을 외치며 산을 헤메고 다녔다.

 

그 후로 오랬동안 대중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었다. 강의 장에 서면 사람들의 상처받은 파장이 몸과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거칠고, 공격적이고, 따끔거리고, 헐떡거리며 심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감당하기에 체력이 딸렸다. 강의가 있으면, 어떻게 강의를 할 것인가? 또 쓰러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강의가 없으면 생계에 대한 걱정이 올라 왔다. 어느 날은 강의 후 교육생 한 사람을 안아줬는데, 안는 순간 머리 뒷골이 핑하고 돌면서 현기증이 찾아 왔다. 참으로 난감했다. 사람들의 가슴을 열어주고, 긍정과 사랑의 마음에 닿게 하여, 열린 가능성의 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람들 앞에 위축되고, 쪼그라들었다.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만 살아왔던 나에게 크나 큰 도전이었다. 과거 큰형이 사업에 실패하고, 집안이 몰락하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하고, 큰 형에게 이름을 빌려줘 신용불량자가 되고, 집 없이 떠돌아 다녔어도, 나는 항상 행복했었고, 나의 미래는 즐거운 가능성으로 출렁이었었다. 특히 한바다 스승님을 지리산에서 만난 이후로 나의 마음속에는 고통이 사라졌었다. 일시적인 불만과 피해의식은 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과정일 뿐, 곧 불안 없는 평온한 행복의 중심으로 회복되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가 불안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고 두려워졌다. 그리고 그런 불안이 장기화되는 조짐이 보이는데다, 이제 나에겐 책임져야 할 생명이 둘이나 있었다.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불안과 함께 눈이 떠지는 마음을 다잡고 산으로 달려갔다. 처음에 한 바퀴 도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느새 여섯 바퀴를 쉬지 않고 돌게 되었다. 아리랑풀이의 아하 선생님에게 배운 달리기가 도움이 되었다. 당시 70이 넘은 아하 선생님은 워크숍하기 전날 100키로 마라톤을 24시간 완주 후에 참여할 정도로 놀라운 정신과 체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분의 삶의 태도는 깊게 각인 되었었다. 중간에 한바다 스승님이 놓아주신 침과 지리산의 명상 세션이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전에 없던 활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전화위복처럼, 그 과정을 통해 건강과 생명의 소중함을 깊게 새기고, 생명 앞에 겸손해짐을 배울 수 있었으며, 신 앞에 한 없이 낮아지고 겸허해짐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받으면 힘이 생기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 노자의 말이다. 사랑은 나를 깨닫게 하고, 또한 넘어서는 용기를 전해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래서 가장 숭고한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주었다는 것은 그 사랑의 기억을 잠시 잊어버렸을 지라도, 여전히 그 숭고한 영향력은  유효하다. 내가 지금 이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딜 수 있는 것은 그 존재들 덕택이다. 마음공부를 하는데 사랑이 빠진다면 그것은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이미테이션의 또 다른 쓰레기 같은 산물에 불과할 것이다. 잠시 효용가치를 주지만 조금 만 익숙해지면 싫증나서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만드는, 결국 끝없는 갈증과 갈애의 원인이 되어 삶을 고통 속에 귀속시키게 만드는 에고의 우상일 뿐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 모든 이름 없는 것에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어주는 연금술사다. 그래서 영원의 창조주인 신은 언제나 그 진실한 사랑 속에 잠들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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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행복충전

March 19, 2014
*.138.59.63

일여님~

임민하입니다

일여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지금 펑펑 울던 참이었습니다.

먹먹함과 답답함과 안타까움 등이 교차하네요.

그러나 상황에 대한 배움을 지혜로 풀어내시는 글을 읽으며 제 마음도 다시 환해졌네요.

생명 생명.... 사랑이다.

저도 메인세션 중 스승님과 포도랑 깃발이 있던 공원을 산책하면서

주변에 싱그러운 봄기운이 찾아왔음을 그 생명들이 땅속에서 움트며 꿈틀대는

느낌에 내적으로 상당히 고무되는 경험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순간에 내 존재의 살아있음을 느끼고

온몸으로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으며

 지금 이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이다.


항상 공감 이상의 지혜와 사랑을 글로 실어 주시니 감사함에 뭐라 형용할 길이 없네요.

근데 언제 뵐 수 있는 겁니까?

많이 바쁘시죠?  맛있는 밥한끼 사드리고 싶은 맘 절로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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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March 20, 2014
*.242.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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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March 20, 2014
*.242.56.63

안녕하세요 임민하님 ^^

사부님 세션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반갑고 기뻤습니다. 

마음공부를 대하는 순수하고 진지한 열정, 

세션중 도달한 평온함과 깊은 고요의 파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깊은 공감의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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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진법

April 26, 2014
*.111.2.142

눈물이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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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June 24, 2014
*.242.56.63

안녕하세요 진법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잘 지내시죠? ^^ 

지난번 여수에 갔었는데 함께 간 일행과 일정이 바빠 

얼굴로 못뵈고 돌아오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간간히 카톡으로 좋은글과 정보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늘 사랑과 평안으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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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금강

June 14, 2014
*.197.183.178

일여님!!!  답장이 많이 늦었습니다.

여러사정으로 이제사 컴앞에 앉을 수 있네요!  모처럼 쉬는날 결혼식 다녀와서 오늘은 필히 답장을 드리기로 맘먹고...ㅋㅋㅋㅋㅋ

 

우선 멋진글 올려주셔서 감사하구요..  공감가는 글 올리시는것도 감사하구요

별로 신경써 드리지도 못했는데 크게 도움드린것 도 아니구요

그런데도 과찬을 해주시어.. 고만 몸둘바를.. 

 

고통을 잘 통과하시고 지혜롭게 잘 이겨내셨기에 더 큰 축북을 받은 듯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거쳐나가는 과정이 다 다른듯합니다. 

 

늘 열심히 하는 모습 멋지구요!!!!

 앞으로도 많은 영혼들의 아픔을 달래주시고 사랑의 에너지를 전파해 나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구 더욱 축복스런 삶의 장을 열어가시는 모습 기대해봅니다.. 

 

두천사님과 진여님의 축복과 행복도 기원드립니다..  

일여님 영혼이 맑고 순수하니 그순간에 에너지 장이 잘 연결되었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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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June 24, 2014
*.242.56.63

감사합니다. 금강님 ~ 금강님과의 통화덕에 심장이 안정을 되찾고, 은혜로운 치유와 회복의 흐름으로 갈아탈 수 있었습니다. 과시하지 않는 깊음과 통찰로 세상에 빛을 더해주시는 금강님과의 인연에 절로 감사할 뿐입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과 영혼은 늘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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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금강

July 14, 2014
*.66.220.43

그져 감사할 따릅입니다! 곱게봐 주시어!! 더 노력하라는 격려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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