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저항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상대방에 대해 저항하는 마음을 알아차려 그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아 해결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면 우리의 관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내 마음이 괴로운 참된 원인이 바로 이 기대와 저항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만약 기대와 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내 마음의 고통도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내려놓아 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마음과 고통이 작용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마음의 목표와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게 된다. 방향성이 명료하다면 우리는 또 다시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은 영원한 해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삶과 존재와 사랑에 대한 참된 지혜가 열릴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에 대한 순수한 기대는 그 존재를 찬란하게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상대방의 긍정적인 기대에 맞춰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항에서 비롯된 기대는 상대방의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모든 저항하는 것은 지속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에서 한 말이지만, 상대방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변화에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은 의외로 나의 말에 귀를 닫아버릴 것이다. 그리곤 나의 말에 저항하거나 도피하고 아니면 반격하거나 무관심해버리게 될 것이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실지로는 그 사람을 대한 내 마음과 태도가 상대방에게 저항하고 방어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 원리를 마음으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면 관계의 질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다. 게다가 상대방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 시간 그리고 사고를 허용해줌으로써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의 확률을 높여줄 수 있게 된다.

고통에 대한 저항과 미래로 도피하려는 기대가 관계에 작용할 때 우리의 관계는 혼란스러워지고 더 깊은 갈등의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우리의 마음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천재적이다. 마음은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저항과 기대에 기인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스토리는 일어난 사실을 바탕으로 마음속에서 만들어내는 해석과 이야기다. 이 스토리 속에는 우리 무의식의 수많은 당위와 신념과 가치관 들이 숨어 있다.

자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자녀에게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자녀가 공부를 잘 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유능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주어진 역할에 성실하기를 기대하고, 부모의 고충을 잘 알아서 헤아려 주기를 기대한다. 주도성이 있기를 기대하며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잘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이 이러한 기대대로 따라만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 못하면 노력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공부에 방해되는 컴퓨터 게임이나 질 나쁜 친구들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낸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대화를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으며 거짓말만 반복적으로 해댄다. 자녀를 도무지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녀와 의미 있는 소통을 하고, 자녀를 성공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까?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는 기대대로 따르지 않는 자녀를 보면 마음에 저항이 생긴다.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마음이 편안해 지기 위해 자녀를 우리의 기대에 따르도록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의 마음에는 자신의 행동들을 정당화 시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게 된다. 학생은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 뻔하다. 아직은 철이 안 들어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의 뼈아픈 고통을 이해해 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자라난다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강압적으로라도 자녀를 이끌어야 한다. 등등의 주장들이 무의식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속의 스토리가 보여주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충동에 빠지고 실지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자기 마음을 명료하게 알아차리는 자각능력이 떨어질 때 이러한 스토리는 우리의 마음을 장악한다. 스토리는 우리의 분노에 명분을 부여하고, 자신의 마음의 고통의 원인이 자기 밖에 있다고 우리를 설득하며, 스토리가 바로 현실이라고 우리를 속인다. 그리고 진짜 현실에 저항하도록 우리를 은근하게 부축이며, 미래의 기대 속으로 마음이 도망가도록 길을 터놓는다. 그러나 스토리는 진실이 아니다. 다만 진실을 해석하는 나 만의 조그만 안경일 뿐인 것이다.

스토리를 통해 보는 자녀의 모습은 당연히 실망스럽다. 이 아이를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질 것 같은 불안감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성공적인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저 아이들은 저렇게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계속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를 더 쪼기 시작한다. 자녀의 모든 것은 잘 못 된 것처럼 보인다. 생각이 잘 못 되었고, 행동이 잘 못 되었으며, 자녀가 느끼는 감정상태도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되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모든 말에 저항하며 반대로 행동하거나 아니면 위축되어 움추러든다. 결과적으로 부모가 바라는 모습과는 반대 되는 상황이 계속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자녀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잘 공감해 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녀가 왜 부모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자녀의 태도를 교정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무조건 적으로 부모가 생각하는 기대와 스토리를 통해서 자녀를 설득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짙다. 부모가 아이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서 자녀 역시 부모의 생각을 들어주기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스토리와 자녀의 스토리는 다르다. 입장과 상황과 가치와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중요성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다. 거기에 따라 서로가 각자의 의미 있는 스토리를 갖게 된다. 그러기에 소통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고 행동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유아적인 기대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안의 가치와 신념등 내적 기준에 의해서 일치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속에 숨어 있는 이러한 무의식의 생각들이 변화되지 않고서 장기적인 태도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마음이 만들어낸 스토리의 환상에 속지 않는 지혜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의 환상이란 무의식에서 만들어내는 우리를 설득하는 주장과 신념들이다. 이 스토리를 내려놓지 않고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마음이 좀 더 깊이 있고 고요해진다면 우리는 스토리가 생겨나는 지점에 깨어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스토리는 사라진다. 스토리는 사실 힘이 없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우리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것에 힘을 주고 생명을 부여해주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치 태양이 식물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처럼, 우리는 주의를 스토리에 기울여 스토리가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도록 양분을 공급해준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스토리를 마음속에서 재생하면서 자기 자신과 우리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상대방을 나의 틀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금 까지 내가 판단하고 해석해 왔던 상대방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관계의 패턴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변한 것이 상대방의 무의식에 전달되어 진다.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호기심을 갖고 경청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가 몰랐던 서로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게 되고 이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말썽을 부리던 나의 자녀에게도 삶의 목적이 생겨나고 그토록 저항했던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마술처럼 자녀의 마음속에 신뢰와 자존감의 씨앗이 싹텃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