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삶의 안전지대에 머무르기

우리의 삶이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큰 걸림돌은 안전지대에 머무르려는 마음의 습관이다. 삶의 안전지대는 우리를 편안하고 익숙하게 해준다.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오히려 편안한 것이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 하는 생명체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적응할 수 있고 일단 적응하면 그곳에 안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변화에 대한 가장 큰 저항은 역시 이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정신적 습성이다.

고통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고통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매일 밤 육체적 학대를 경험하는 사람은 그 학대를 경험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룬다. 오히려 매를 맞고 분풀이를 당해야만 안심하고 잠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익숙한 패턴이 되면 그 패턴에 머무르려는 마음의 자동적인 반응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넘어서는 강한 통제력을 우리에게 행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학대받은 사람은 자신을 친절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대하면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고 결핍되었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족하고 결핍된 환경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그 상태에 불만을 갖고 불평을 하지만 자신이 고통 받는 원인이 상대방과 환경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풍요롭고 자신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행복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을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줄 풍요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나게 되도 그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 기회를 잡고 싶어도 그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에 무의식적 마음으로 그 기회를 밀어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존중받고 싶다고 말하고, 풍요롭고 싶다고 말하고, 행복해 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무의식은 그러한 환경을 밀어내고 있다.

삶의 큰 아이러니 중 하나가 우리는 행복을 원하면서도 깊은 마음속으로는 행복을 자기 삶에서 밀쳐낸다는 사실이다. 부자가 되고 싶고 풍요롭게 살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부자를 미워하고 돈에 대해서 부정적인 신념과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돈에 대한 이중적인 생각을 알아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는 홍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속에 숨겨진 돈과 부자에 대한 이중적 사고구조가 적나라하게 들어있다. 놀부는 성품이 독하고 모질고 남을 괴롭히지만 부자다. 놀부의 동생인 흥부는 착하고 부지런하고 남을 도우려고 하지만 가난하다. 아무 생각 없이 어린 시절 읽고 의심 없이 받아들인 생각들은 부자는 놀부고 가난한 사람은 흥부라는 이중적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착한 흥부가 부자가 되는 과정은 또 어떤가? 흥부가 부자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 덕분이었다. 자신의 삶에 책임지고 필요한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일군 부가 아니라 우연히 선행을 베풀었던 제비의 은덕으로 부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은 자기가 일군 부가 아니라 일시적 횡재에 의해 얻은 부인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상을 심어줄 위험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대동화들은 의외로 부와 권위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한국의 부자들이 서양의 사례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며 사회적인 인정과 존경을 받지 못하는 원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이분법 적이고 부정적이다 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신념은 우리 삶을 통제한다. 일단 돈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우리 무의식속에 신념화되면 그 생각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무의식에 심어진 생각대로 삶이 만들어지도록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머리에서 원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점점 더 힘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일단 불행의 프로그램이 작동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벗어난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큰 삶의 역동을 겪지 않는 한 그 셋팅된 프로그램을 벗어나기 힘들다. 스스로 자신에게 프로그램화된 무의식의 신념체계가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힘들지만, 또 그것을 인식한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삶의 안전지대에 머무르는 마음의 패턴은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참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싶다면 용기 있게 자신을 도전지대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도전지대는 우리를 도전하게 만든다. 위험한 상황에 일부러 자기 자신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약함이 드러나게 해준다. 또한 실패의 위험과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자신을 노출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지대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두렵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직면하면서 진짜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가 성장하게 되면 우리는 두려움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것은 단지 사실처럼 보이는 거짓된 증거일 뿐 실제 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에 깨어있는 사람은 삶의 더 큰 도전을 직면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무한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