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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험 받다

조회 수 6213 추천 수 0 2009.05.09 08:09:21
초인종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신문을 권하는 아저씨 한 분이 서있다.

최근 D사의 신문을 구독하다 그 논조가 하도 기가 막혀 손해를 감수하고 구독을 어렵사리 끊었던 참인데 여전히 신문을 문 밖에 던져놓아 집에 들여놓지 않고 그냥 밖에 쌓아두던 참이었다. 아마 그것을 보고 우리 집의 벨을 눌렀던 것 같다.

그 분은 내게 신문구독을 권면하며, 그냥 더 보시라는 말을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내게 던졌다. 안 본다는 나의 말에 그 분은 5만원의 상품권을 들이대며 그냥 더 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화가 나서 안 본다는데 왜 그러냐고 약간 언성을 높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 분은 더 집요하게 6개월을 더 공짜로 넣어줄 테니 그냥 일년만 더 구독하라고 나를 설득하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그 분의 태도에 더 화가나 맞서야     겠다는 의지가 발동하여 안보니까 그냥 가라고 좀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왜 안 보려고 하냐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에게 되묻는 거였다. 아니, 이런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쓰레기 같은 신문을 내가 어떻게 더 볼 수 있겠는가? 하고 그동안 그 신문에 대해 쌓였던 나의 분노를 용기 있게 큰 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아저씨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였다.
그렇게 화내지 마시고, 그럼 한겨례신문 보세요, 내가 두 달 공짜로 넣어줄 테니!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방 크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분은 D사 뿐 아니라 모든 신문의 영업권을 갖고 영업을 하는 단순한 신문 세일즈맨일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D사에 대한 상처와 원망을 갖고 아무 잘 못 없는, 단순히 삶의 수단으로 신문영업을 선택한 한 용기 있는 세일즈맨 아저씨에게 그 원망과 분노를 뒤집어 씌운 것이었다.

그 분의 태도가 너무나 당당해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분은 그럼 한 달 뒤에 다시 올 테니 그때 까지 잘 생각해 보라는 묘한 뉘앙스의 말을 던지고는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오는 순간 가슴에서 미안함과 후회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올라왔다. 사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안 본다는 정중한 말로 조용히 돌려보내거나 아예 문을 안 열어 줬을 텐데, 최근 자기주장 훈련과 지리산의 영험한 정기를 받은 터라 삶의 주어진 문제에 가슴으로 맞서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작동해서 약간은 무리하게 그 아저씨를 대상으로 나를 시험해 본 것 이었다.

나의 공격적인 태도에 오히려 미소로 천연덕스럽게 반응하며,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나의 원색적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나의 내면의 숨어있는 니즈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한 달 뒤에 다시 와서 계약하겠다는 그 분의 황당한 의지는 나를 감동시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분은 바람처럼 사리지고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석양의 붉은 노을이 드리어진 저녁 하늘 속으로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만이 멀리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지리산에서 체험한 조건 없는 숭고한 사랑이 시험 받는 황금 같은 순간이었다. 스승은 도둑처럼 찾아와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지혜의 흔적을 남겨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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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일여

May 09, 2009
*.121.148.208

이번 세션에서 일화에서 일여로 새로운 법명을 선사받았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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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폐마예인

May 09, 2009
*.156.222.169

......(*).....
profile

[레벨:2]비나초겔

May 10, 2009
*.121.133.142

일여....!
새로 받은 법명이 일여님의 일취월장하신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축하드려요!!
profile

[레벨:5]해피타이거

May 10, 2009
*.108.209.55

일여님 축하드립니다~ 비폭력대화 정말 멋졌습니다~ 최고예요~^0^
profile

[레벨:7]한바다

May 11, 2009
*.106.188.239

글에서 사랑과 따듯함과 사람의 냄새가 나눈군요..가슴으로 흘러나오는 글에는
뭔가 힘이 있습니다.
profile

[레벨:6]수냐

May 11, 2009
*.149.142.5

지리산에서 정말 재밌게 EFT를 했던 거랑 원이 아빠역활, 춤.노래.장기자랑...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네요.^^먾이 많이 감사드리고 * 일여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profile

[레벨:8]일여

May 11, 2009
*.121.148.208

그대의 미소가 나의 미소임을, 그대의 슬픔이 나의 슬픔인 것을...온 누리가 사랑으로 충만합니다. 촉촉한 빗물이 가슴으로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감사함으로...^^
profile

[레벨:1]사리향

May 14, 2009
*.90.130.162

아름다운 일화를 공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모든게 다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 마저도 보석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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