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이다 눈을 떴다.
새벽 4시 30분..
깨어나기 직전의 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오래전 먼저 세상을 떠난 절친한 선배와 함께 산기슭 묘지 근처에 있었다.
평소 담배를 즐기던 선배는 허물어져가는 묘지 근처에서 나에게 담배 한개피를
내밀며 피우고 가자고 했다.
나는 어딘가를 바쁘게 가는중이라 시간이 없다며 선배를 돌아 서는데 산밑에 고장난
벤을 여러 사람들이 밀고 있는 장면이 보이고 잠에서 깨어났다.
.....
몸의 기혈순환이 거의 정지되어 있었다.
죽을 것 같은 심정과 죽은 선배가 번갈아 떠오르면서 착찹한 심정이었다.
.....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었을 하고 있는가?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3월말 몇년만에 친한 후배가 딸을 데리고 찾아왔다.
미혼으로 혼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극한 어려움 속에 후배가 지닌 아름다운 품성들도
모두 무너지고 알콜릭과 표현하기 어려운 인격체로 속수무책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몇년 전에 후배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든 것은 아이를 거의 방치를 넘어 유기하는 상태로 기르는 모습에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얀 얼굴에 전형적인 수재의 인상으로 성적도 전교 10위권인데다
백범 김구 장학금이며 전국 백일장을 휩쓸고 있었다.
노래를 잘해 장차 가수가 되고 싶다며 또래 아이들의 정서를 아주 건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후배가 술집에서 밤 늦게 돌아 오지 않으면 아이는 엄마를 달래서 데리고 온다는 얘기를
거의 코메디 수준으로 웃으면서 모녀는 재잘거렸다. 말로는 할 수없는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고
그저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져렸다.
순간 알콜릭인 엄마에 묶여 평생을 피해의식으로 살아온 자신이 돌아보여 고개를 숙였다.
알콜릭인 엄마를 받아들여 달래면서 자란 자비롭고 너그러운 아이의 품성의 결과와
그런 엄마를 저항하고 미워하며 내가 원하는대로 고쳐 볼려고 몸부림을 쳤던 나의
태도의 차이에서 삶은 현저하게 다른 모습으로 드러났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 새벽 속수무책 절망앞에 엎드려 있는 나를
후배 딸아이의 햇살같은 환한 빛이 흔들어 깨웠다.
"자신 앞에 놓여진 삶의 조건이 자신를 불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런 조건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삶의 경험을 반영한다" 는 사실이
새벽 서슬 푸른빛으로 쏟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부턴 마니푸라가 움직이고 화장실로 달려가 몇칠째 꼼쩍않던
위와 장 속에 쌓여있던 노폐물들을 쏟아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래전 후배는 독문과 2년을 다니다 고려대를 가겠다며 휴학했는데
올해 20년이 훨씬 넘어서 복학을 했다. 현재 글을 쓰고있고
얼마후 독일로 아이와 함께 유학을 가겠다며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유라랑 나를 만나러 왔다.
후배가 변한 것도 눈에 띄었지만
술집 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자던 한웅큼의 아이가
터지는 빛으로 앞에 서 있었다.
.......
새벽,
빛속에
한참을 울었다.
(엎드린 등위로 "도데체 어떻게 살았는데 몸이 이지경이야!!" 하셨던 사부님의 말씀이 울려왔다)
......()......
스스로 열공이라 말씀하심은
그 무게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일거라 미리 짐작하고
공부랑 담을 쌓은 이 중생은
중생이라 알고 있었는데
열공하는 분이 스스로 중생이라 함은
이 몸은 스스로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스승의 날 모임에 참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내년 즈음에는....
아니면 그 다음해 즈음에는.....
그리고 나리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도 보았지요...
얼마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걸 보고 무진장 오래 살거란 희망을 보았습니다....
20년 후에야 받을 수 있습니다만...
나리는 쓸데없는 투자를 하는 성미는 아닌지라.....
모쪼록 건강하시길..
예인님, 꼬옥 껴안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