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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조회 수 11526 추천 수 0 2010.08.05 16:34:36

두달 째 알바를 접고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처음엔 무리하게 흐트러진 몸을 추스리느라 한참을 무조건 먹고 자고 쉬면서 보내고,

정신을 차리고 여름한 철 새 일을 대비해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며 컴퓨터 타로...분주하게 보내다,

어찌된 영문인지 준비한 일들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엉뚱하게 날마다 만다라를 그리며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는 일도, 준비하는 일도 없이 날마다 광주천변을 걷거나, 달리거나 물고기를 만나러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의 몸과, 감정과, 느낌과, 생각, 마음, 외부에 대한 판단 등

분주한 나의 내면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사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휴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땀을 꼭!꼭! 짜면서 올라 오는 아우성을 향해 가끔 미소를 짓거나,

몸이 많이 힘들때면 가만히 어루만지거나, 더 힘들면 포기를 하고 나 죽었다 발뻗으면서

올라오는 모든 작용들을 향해 그저 침묵으로 묵묵히 지켜볼 뿐인데 날마다 평화와 행복이 켜켜히

시루떡처럼 쌓여 갑니다.

이른 아침 자신과 함께 천천히 천변을 따라 시장엘 가는데 걸음, 걸음, 내딛을 때마다 차오르는 충만감!!

계산도 내려놓고, 시간도 내려놓고, 의미도 내려놓고, 편리도 내려놓고... 그저 자신만을 위해

올라오는 모든 작용들과 함께 하면서 시장엘 도착했습니다.

시장 한가운데 서서 순간 가슴이 뭉클하다가 눈물이 왈칵하는데 얼른 수습하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오이, 고추, 전어, 메밀순을 배낭에 매고.....시장을 나오는데 "목포갈치 한상자 5000원" 하는 프랑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함께 반짝이는 은빛 비늘의 갈치가 10마리씩 누워 있는데 어제밤 새 고기를 잡아

직접 트럭에 싣고 나온 아저씨는 본래 소심한지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뭐라고 중얼 거리고..

"저 이거 주세요! "손가락으로 상자를 가르키면서 만원을 드리자 접힌 돈을 주섬 주섬 챙겨 7000원을 돌려

주십니다.  "왜! 7000원을 주세요?? 하고 놀란 눈으로 묻자 " 한 트럭 가져 와서 다 팔고 몇개 남았으니

떨이에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체....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도 마주하지 못하는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돌아 섰습니다.

목포갈치 10마리 3000원....제대로 상대의 얼굴도 마주하지 하지 못하는 소박한 갈치 아저씨...

나는 마음공부를 평생해도 갈치 아저씨는 못따라 갈 것같은 느낌을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순한 호박을 숭숭 썰어 냄비에 먼저 깔고....ㅋㅋㅋㅋ

갈치조림은 다른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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