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Controler Right Corner
Promotion Bottom Right Corner
109

당신은 누구십니까? 도종환..

조회 수 10769 추천 수 0 2008.08.11 21:23:16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 날 몇 밤을
붉은 나뭇잎과 함께 새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무리 기러기떼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마리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profile

[레벨:7]폐마예인

August 11, 2008
*.156.222.109

시원한 바람결에 잠시 누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창가에 걸린 갈대발은 미동도 없고...
마음에 시라도 걸어놓고 혼자 흔들어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9 내 마음의 미류나무.. [2] [레벨:7]폐마예인 2010-01-14 9332
28 지금 여기에도 무궁화꽃이....^^* [3] [레벨:7]폐마예인 2009-09-09 9332
27 "물은 힘으로 이기려고 하면 절대로 친구로 ... [2] [레벨:7]폐마예인 2009-08-06 9331
26 들꽃 흐드러진 노을진 들판으로~ [2] [레벨:7]폐마예인 2010-02-13 9330
25 영화 "낮술". [4] [레벨:7]폐마예인 2009-06-11 9329
24 "영원한 사랑은 보이지 않습니다." [레벨:7]폐마예인 2009-11-06 9328
23 그리움은 가슴마다...이미자 노래 [4] [레벨:7]폐마예인 2008-12-27 9322
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레벨:7]폐마예인 2009-05-24 9321
21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이.... [1] [레벨:7]폐마예인 2008-10-16 9321
20 가죽나무....()... [3] [레벨:7]폐마예인 2008-10-14 9319
19 백 한마리 원숭이~ [레벨:7]폐마예인 2012-07-05 9300
18 목백일홍.....도종환 [3] [레벨:7]폐마예인 2008-09-17 9298
17 비나의 생일에 붙이며... [8] [레벨:7]폐마예인 2008-09-23 9028
16 기적,혹은 씨크릿!! [1] [레벨:7]폐마예인 2009-05-23 8991
15 가난한 꽃 [1] [레벨:7]폐마예인 2008-10-03 8979
14 4월 어느날.... [5] [레벨:7]폐마예인 2009-04-16 8905
13 사람들은 왜 모를까.. [레벨:7]폐마예인 2008-10-03 8878
12 가슴으로 스미는 풀벌레 소리...()... [2] [레벨:7]폐마예인 2008-10-14 8876
11 무궁화꽃을 피우기위해...^^ [3] [레벨:7]폐마예인 2009-09-28 8865
10 희망의 바깥은 없다 . [1] [레벨:7]폐마예인 2008-09-21 8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