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져버린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닌 줄 알았다
새야,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네게도 몸서리쳐지는 추억이 있느냐
보길도 부용마을에 와서
한겨울에 지는 동백꽃을 줍다가
나를 버린 얼굴
내가 버린 얼굴들을 보았다
숙아 철아 자야 국아 희야
철 지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하나 둘
꽃 속에 호얏불이 켜지는데
대체 누가 울어
꽃은 지고 또 지는 것이냐
이 세상의 누군가를 만날 때
꽃은 피어 새들을 부르고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잊혀질 때
낙화의 겨울밤은 길고도 추웠다
잠시 지리산을 버리고
보길도의 동백꽃을 주우며
애송리 바닷가의 젖은 갯돌로 구르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
경아 혁아 화야 산아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한 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인 줄 알았다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렸던 적이 있습니다.
나를 여위지 않고는
진실로 살 수 없음을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
이원규님은 일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