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짐을 차에 싣다 말고
쏟아지는 빗속에 3시간여를
아랫층 처마밑에서 기다렸습니다.
온갖 사념들이 난무하다
한참후에야 마음이 편해지면서
주어진대로 받아들이자
웃기도 하고 함께 짐을 챙기시던 분들과
농담도 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빗속의 이사가
신나고 즐겁운 놀이가 되었습니다.
3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그나마 해지기전에 옮길 수 있슴에
무지하게 감사 감사 했습니다.
떠나오는데 눈부시게 화려한 무지개가
무등산을 뒤로
황홀하게 피어 올랐습니다.
해피엔딩
말 그대로 몇번이나 빗속에 옷은 젖였지만
마무리는 끝내주는 해피엔딩 이었습니다.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짐을 싸고 이틀을 정리하다
급기야 병원신세를 지기도했지만
여전히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유리창 틈들을 꼼꼼히 닦았습니다.
문득 유리창 틈이 아니라
내부에 눌러붙은 자신의 때를 벗겨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지금 이렇게 감사할 수 있음이
기적임을
깨닫습니다.
살아있슴이 곧 감사할 일이지만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
한참을 벅찬 가슴으로 말갛게 창틀을 닦았습니다.
이제 광주에 오시면
저희 집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도반님들 환영합니다.
주말쯤
집들이를 할 예정입니다.
공간이 넓은 관계로 마니 마니 오셔서
기적이 낳은 하늘의 선물을
함께 나눌 수 있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