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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일기 (4) - 고행

조회 수 1638 추천 수 0 2007.06.17 23:45:28
엄마는 기력을 회복하시고,
병실 아줌마들과 웃고 떠드시고,
산책도  하시고,
문병 오시는 분들도 잦고,
모든 것이 편해지셨는가 봅니다.

그동안 일부러 작정한 사람 마냥 이것저것 시키고, 명령하고, 잔소리하고,짜증내고.......
아침엔 간호사실로 심부름을 가며, 복도에서 혼잣말로
"아휴~ 꼴보기 싫어. 꼴보기 싫어!" 하기도 했었거든요.
'아! 정말 혹독한 훈련 받는 것 같다' 고 지쳐가는 내게
오늘 그 모든, 하던 것들을 멈추셨습니다.

어젠 이모가 병문안을 오셨는데,
뭘 사 갈까? 하시길래
괜챦다고, 죽만 드시니, 다른 것 필요없다고 했다고,
이모 가시고 난 후 노발대발했습니다.
나는 못먹어도, 다른사람들 많이 먹게 사오라고 하지.
돈많다고 자랑하는 꼴이 얄미워서 돈 좀 팡팡 쓰게 내버려두려고 했는데,
딸이라는 것이 손발이 안맞는다고....
아침에 이모 보고싶다고 눈물 빼던 엄마 맞냐고요?

또, 다 저녁에 병원 앞에 사는 고종사촌 오빠집에 갔다오라는 거예요
이사했는데, 가보는 것이 도리라며.....
며칠 전에
"엄마. 염려마. 나중에 내가 슈퍼타이 사가지고 갈께." 그랬거든요.
세번째 재촉을 하는데, 미치겠더라구요.
환자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꼼짝말고 붙어있으라고 한 사람 맞냐고요?

앞에 환자분이 입원실에 들어 온 후 머리도 한번 안감는다고
"사람이 매일 씻고, 깨끗해야지. 아플수록 더 그래야해." 라며,
그환자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해 민망하게 하시더니,
오늘은 엄마가 머릴 감는 것을 다 빼먹으셨쟎아요. 허걱!

제가 귤을 꺼내서 엄마를 드리다,
굴 한개가 옆에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갔는데 그냥 놔뒀거든요.
그걸 눈여겨 보다, "왜, 귤이 하나 저기 가 있지?" 하시자,
옆에 보호자가 장난스럽게 우리 귤인가베....하고 웃는데,
"그거 내귤이야" 하시더니, 기어이 꺼내오게 했어요.
그리곤, 귤을 도로 그환자 주니, 왠 심통이시냐구요?

음료수도 너무 차다 식혀라, 속옷을 다시 가져오라고 심부름 시키고, 간호사가 처치하면 먼저 다 시시콜콜 지시하고, 집에 가지고 갈 세탁물을 빨래해 널라고 하고, 타놓은 약이 있는데도 매 때마다 약을 더 달라고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간호실에 세세한 요구사항들을 시키고........

퇴원해도 된다는 데, 배에 염증이 있어서 안된다고 하고,
(엄마가 의사. 약사 이십니다)
괜찮다고 하자, 몇번을 다시 확인하라고 하고...
엊그제는 집에 혼자 있기 싫다고,
내가 한주 더 있을거라 해도,
눈물바람 하시더니,
"엄마. 여기가 더 편하면 며칠 더 있자." 하자마자,
언제 운 적이, 아픈 적이 있었느냔 듯이 웃고, 떠들고, 다 참견하십니다.

며칠 전부터 퇴원하라는 의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나가시길 싫다며 온각 꾀를 내시던 엄마께
그럼 낼 하루만 더 있다 모래 퇴원하자고 하니,
아주 날아갈 듯, 환해지십니다.
그러다니, 갑자기 얼른 집에 가보라는 거예요.
혼자 있어도 괜챦으니, 푹 쉬고, 낼은 안와도 된다고 떠미셨네요.

참내, 한가지 일들을 겪을 때마다 딱 미치겠다 싶고,
치매노인도 아니고,
엄마의  변화무쌍한 감정들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내가 못봤던 엄마의 모습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당혹스럽기까지 해서,
어떻게 대처를 할 지 몰라, 그저 찡그리다가,
치미는 화를 내쉬다가도,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요.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유별난 엄마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우리 병실에서 나만이라는 거죠.
왜일까요?

잔소리에 혼자 진단. 처방까지 하는 엄마에게 간호사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우리엄마 어떤 간호사의 연애담. 100일 반지까지 다 압니다. 친하구요.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청소부. 도우미 아줌마들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부진 밀양아줌마는 짜증내는 우리엄마 꼬봉같이 굽니다.
피부암이라 내장기관 멀쩡하고 운신 자유롭다고 이아줌마,
거의 우리엄마 옆에 붙어 이것저것 알아서 척척 하십니다.
어제 딸이 쪄온 감자를 못줘서 안달하신 아줌마가
오늘 엄마에게 먹으라 권해서 잘먹고 나서 하시는 말씀
" 감자는 껍질이 팍 터져야 맛있지. 덜 쪄졌더라." .
근데 이아줌마가 그러시는거예요.
" 그래. 맞다! 왜 이따위로 삶아왔노. 그마 야단을 치비렸어야 한디...."
누가봐도 감자는 껍질이 팍 터지게 잘 삶아져 있었거든요.

옆에 우울증까지 온 아줌마가 얘기를 합니다.
희미하게 웃기까지 합니다.
나랑 동갑인 그딸과 우리도 엄마들 흉을 봤죠.
속이 시원하더군요.
근데, 그 딸말이 자기 엄마가 꼭 성미가 우리엄마 같았는데,
두달전에 우울증까지 겹쳐 말이 없어지시니,
그래도 그 괴팍하게 굴때가 좋더라. 지나고 나니, 한순간이더라. 하더군요.

씻지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쳐져있는 앞침대의 아줌마는
병간호 하는 남편에게 막 욕을하고 신경질을 부리는데,
그 아줌마 남편은 우리 엄마. 밀양아줌마에게 속을 터놓는 지,
엄마가 또 그 부부 속내력을 내게 얘기해주시고,
그 아저씰 챙겨 줍니다.
암튼, 오지랖도 넓어요. 쩝..

아뭏튼, 이 요상한 병실 분위기에 내가 복종합니다.
판단이나, 생각을 할 겨를도,
또, 그것이 필요치도 않는 상황들인 것 같습니다.
그저 따를 밖에요.

병실의 분위기는 편하고 평온합니다.
서로의 벽이 허물어 지고, 한가족과 같은 느낌들입니다.
모든 사람이 선생님일 뿐입니다.
경계심이 사라진 곳에서는
별난 것도, 이상한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저 먹물 번지 듯, 스미는 친밀감만  있습니다.
엄마의 까탈스럽고, 변덕스러운 그 모든 것은 공부인 것 같습니다.
속 좁은 딸에 대한 가르침인가 봅니다.

근데, 정말 우리 엄마! 넘 웃기죠?
하하하.
낼은, 모래는, 또 어떤 숙제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나도 이제 안넘어가게 단단히 무장해야지....

profile

정덕

June 18, 2007
*.87.60.96

나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일어난 일들을 어찌하겠습니까!
먼저 엄마 삶에 대한 통찰이 되어야 넘어가기가 쉬울 겁니다
병실에 누워 있으면 불안과 두려움 걱정에 쌓이게 되여 혼란을 겪게
되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의 기복을 보이죠,
그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병원생활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 과정들이 간호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이고 많은 어려움을 겪어
같이 탈진해 가는 과정을 학습할 겁니다.
간호하는 이들이 먼저 지치지 않게 건강에 유념하시고
처음에 감정의 기복을 보일 때는 그냥 지켜보시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될때는 당신의 삶이 가치있엇고 영롱한 보석과
같다고 칭찬하고 위로해 주십시요.
지켜보는 이도 힘들지만 환자는 더욱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희생된 삶들로 인해 내가 여기 존재함을 감사하게
여긴다면 어머니도 기력백배해 병원생활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힘내시고 어려운 고비들을 즐겁게 보내시드록 기도하겠습니다.
profile

[레벨:1]희운

June 19, 2007
*.19.54.6

하늘수박님~~~
힘 내세요...
홧~팅입니다..
profile

[레벨:0]하늘수박

June 21, 2007
*.36.191.216

고맙습니다.
내가 이맛에 더 힘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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