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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조회 수 8808 추천 수 0 2008.09.19 06:15:52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



profile

[레벨:7]폐마예인

September 19, 2008
*.156.222.109

그 생각과
마음이 멈춘 자리
그곳이 있어야 할 자리임을..

평화와
있는 그대로 완전한
지금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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