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감추는 것은 에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감추기 위해 회피하고, 억압하고 부인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방어기제다. 부인을 못할 정도로 진실이 명백해질 때, 에고는 투사하거나 합리화한다. 투사는 타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이고, 합리화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정당성으로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에고는 진실을 두려워한다. 에고의 입장에서 진실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고는 진실을 호도하는 끝없는 스토리와 망상을 생산해낸다. 두려움에 기반을 둔 망상적 스토리는 삶과 관계, 조직과 국가를 불행으로 이끈다.

용기 있는 사람은 에고의 방어기제를 일갈에 물리치고 진실을 직면한다. 분노, 후회, 자책, 부끄러움, 혐오를 맨가슴으로 받아들인다. 고통 속에서 그는 양심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

참회와 용서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책략을 넘어선다. 에고의 구속과 심리적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정법이다. 참회와 용서가 진정성과 만날 때, 심리적 치유는 저절로 일어난다. 미성숙한 내면의 아이는 이때 도약한다.

우리를 회피하게 만드는 불안과 두려움을 부드럽게 직면하며, 스스로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자가 최상의 치유자일 것이다. 마음의 한 지점에서 존재가 존재를 만날 때, 변형의 화학반응이 가슴 속에서 발생한다. 그때 선명한 자각이 일어난다. 분리되어 있던 아상들이 통합되며, 참과 거짓이 선명해지고, 존재의 이유가 명확해진다.

내면이 아이는 과거의 결핍에 대한 보상으로 미성숙하게 발전시킨 전략들을 수정하고, 의존에서 독립적 관계로, 독립에서 상호존중의 관계로 성장한다. 피해의식을 수용하고, 참된 겸손과 연민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심력이 형성된다. 그 상태에서 미지의 세계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존재의 힘이 가동한다.

상처는 관계의 불행과 조직의 혼란을 유발한다. 그것은 부정적 스토리를 유발한다. 자유로운 자, 치유된 자는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다. 스토리에서 자유로운 자는 존재와 행위를 통해 진심을 증명해 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굳건해 지는 것, 자신을 돌아보는 자각의 힘을 길러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열망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도전해 가는 것,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

하늘이 우리에게 도약의 기회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