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선인장 꽃이 보고 싶었다.
크고 화려한 꽃이 떠오르고
기억 속의 공작선인장을 찾아
한참 동안 인터넷을 헤멨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가까운 화훼농원을 찾았다.
꽃이 화려한 선인장을 물었고
농원 안내인은 단모환이라는
아기 주먹만한 선인장을 안내했다.
크기에 비해 가격이 제법 비싸다.
눈치를 챈 안내인이
"이렇게 작아 보여도 여러해 된 녀석입니다."
하며 꽃처럼 웃는다.
단모환과 다른 선인장도 함께
집으로 데려왔다.
몇칠 후 아침 일어나자
거실 창가에서 은은한 향기가 흐른다.
눈길을 돌리자
크고 하얀 단모환 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흡사 백회가 열린듯 선연하다.
그 아름다움은 하루만에 시들었다.
시든꽃을 바라 보는데
문득! 사막이 떠오른다.
맞다! 사막이다.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꼭!! 사막에 온 것처럼
메마르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이다.
그 후
몇개의 선인장이 집으로 들어오고
일현으로부터 공작선인장 화분까지 받았다.
공작선인장을 손질해서 큰 화분으로 옮기면서
자신이 꼭 선인장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화려한 꽃을 피워낼..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세탁방 대형 빨래 건조기 앞에서
평생 흘릴 땀을 다 흘리면서 알바를 했다.
정말 사막에서 여름을 보냈다.
몸이 석회질처럼 버석 버석 굳어 가는 느낌이다.
학교 미술테라피 실습시간에
연꽃을 그리는데 드러난 느낌은
스케치북을 가득 채운 터질 듯한 심장이다.
문득! 울컥했다.
곁에서 유심히 바라보던 교수님이
"정말 심장같아요!
실핏줄이 보여요!
더 많은 메세지가 있을 것 같은데
그림을 명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하신다.
몇달에 걸쳐
선인장과 사막, 터질 것 같은 심장그림..
결국 "나무가 있어야 겠다"는
사부님의 처방을 따라
나무를 데려 오고서야
그간의 행적들, 느낌들을 이해하게 된다. .
생각과 판단에 너무 치우쳐진
건조한 생활들..
터질 것 같은 심장..
한동안 잊혀진 느낌들과
몸의 언어들을 돌아보며
미세하게나마 작은 생기가
살아난다.
살 것 같다.
몇년 전
창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회복되지 않을 거라는 사부님의
말씀이 늘 귀가에 맴돌았는데
이제야 작은 틈이 보인다.
거실의 행복나무에 기대어
사막을 만든 생각과 판단들을 내려 놓았다.
명상과, 미술테라피, 컬러 심리치료..
등등 그간의 징검다리들이
한 줄로 나란히 놓이고
느낌과 몸의 언어들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생각과 판단은
저항과, 긴장을 남겼고
결국 몸과 마음은 사막처럼 삭막했다.
사막화는
중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의 에고 의식이
인간을 사막으로 만들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셀프 테라피!!
그림을 통해 찾아가는
내 마음과 몸의 세계..
등등 많은 메세지들이 줄을 선다.
마음의 사막을 다녀온 여행후기
사막의 꽃 선인장...
이제
느낌과 몸의 감각들을 따라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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